처음부터 민주국가는 아니었다?
박현준 2024. 11. 2. 00:01
토마 스네가로프·로맹 위레 지음
권지현 옮김
서해문집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이 폭도들에 점거당하는 장면은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겼다. 가장 발달된 민주국가에서 현직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싸우라”며 난동을 부추겼다. 쿠데타 시도에 가까웠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광경이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2명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미국이 처음부터 민주국가였다는 통념이 그릇됐다고 지적한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에는 ‘민주주의’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건국의 아버지들은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공화정을 꿈꿨다.
그러나 남북전쟁으로 노예제가 폐지되고, 민주주의가 싹을 틔웠다. 미국은 그때부터 단선적이지 않은, 좌충우돌의 민주화의 여정을 걷게 된다. 그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31개의 질문을 던지고, 지도와 인포그래픽을 통해 답변을 제시한다. 심지어 의회의사당 점거 당시 폭도들의 진입로까지 담겨있다. 책의 맨 마지막에 이르면 “갈등을 내부적으로 풀 수 있는 시스템”과 “젊은 층의 활력”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재생을 전망하는 저자들의 안목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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