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승련]설명 게을리한 尹정부, 무기 공여 축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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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달러, 식량, 석유를 챙기고, 군사 정찰위성 기술, 낡은 구소련제를 대체할 전투기 확보까지 노릴 것이다.
그 심각성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북-러의 군사기술 이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국가 위상에 걸맞게 북한 핵과 한반도를 넘어서는 외교를 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멋진 구호에 담긴 어두운 현실은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까지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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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위험한 두뇌 싸움-기 싸움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대통령이 지난주 갑자기 꺼내 든 ‘살상용 무기’는 고사하고 방어용 무기도 지원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무기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주 무기 지원 반대 여론이 80%에 달했다. 한국이 2년 동안 미국을 통해 50만 발쯤 우회 지원했던 155mm 포탄이든, 우크라이나 영공으로 날아든 러시아의 미사일과 전투기만 공격하는 방어용 천궁-1, 2 미사일이든 여론 지지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밑바닥을 드러낸 윤 대통령 리더십으로는 갈라진 정치와 취약한 여론 형성 구조상 상황 반전이 매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천명했다. 국가 위상에 걸맞게 북한 핵과 한반도를 넘어서는 외교를 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멋진 구호에 담긴 어두운 현실은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까지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외교의 큰 밑그림을 설명할 법했지만, 각인된 기억이 별로 없다는 점은 의외다. 외교장관도 국방장관도 여론 정지 작업에 게을렀다.
한국인은 제3국 전쟁에 왜 무기 제공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6·25전쟁 때 16개 참전국 도움으로 나라를 구했다”라거나 “훗날 우리 안보가 위협받을 때 어쩌나” 하는 질문이 가능한데, 그건 사석에서나 오갈 뿐 공론장에 제대로 올려진 적이 없다.
어느 나라나 ‘먹고살기 힘든데 왜 지구 반대편 나라를 돕느냐’는 주장에 취약하다. 글로벌 경찰국가 전통이 강한 미국이지만 외려 대외 군사 개입 최소화를 앞세운 트럼프가 돌풍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브렉시트)도 본질이 똑같다. ‘영국이 유럽의 일부일 때 런던 금융가의 고학력자만 좋을 뿐, 우리 같은 북쪽 공업지대 노동자에게 무슨 도움이냐’는 생각이 득세했다. 전 지구적 존재감에서 100년 앞선 나라들도 소수 엘리트를 제외하면 글로벌 통합과 책무에 둔감하다. 한국이라고 “강대국을 따라 하는 외교나 군사 협력이란 게 왜 필요한가. 대통령, 장관, 외교관, 대기업 임원, 교수 등 소수 엘리트가 해외에서 대접 잘 받는 거 말고 우리 삶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주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닭 피 맛보고 전쟁 결정하느냐”거나 “고문 기술 수출이냐”는 야당 대표의 발언은 수준 이하였지만, 이런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현상-브렉시트… 모두 같은 이야기
정말 러시아에서 북한군의 전투 활동에 맞춰서 단계별로 무기 제공 범위를 정한다는 우리 전략이 북-러 협력을 줄일 수 있을까. 국가 자존심에서라도 무대응-불관여는 선택지가 아니라지만, 군사적 불가측성이 예상돼 이 질문을 안 던질 수가 없다. 러시아와 연관된 납치나 테러라도 생긴다면 대혼란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이다. 한기호-신원식 문자도 곡해할 만한 내용이었다. 괜한 오해를 살 강경 드라이브라면 처음부터 정리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지금 구상 중인 시나리오에서 강도를 한두 단계 낮춰야 할 수 있다. 그 대신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가 주는 단맛(외교적 대우받기)과 쓴맛(불량 국가와의 갈등)을 공히 국민에게 설명하는 작업을 지금이라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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