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유현]어설픈 관치는 혼란만 양산… 실수요 고려한 정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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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은 집을 사본 경험이 없나 봐요."
지난달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관련해 혼란이 일자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9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은 인기 지역에 많지 않아 정책 자금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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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관련해 혼란이 일자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 대출 한도가 줄었다가 며칠 만에 되돌려지고, 이후 수도권에선 또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실수요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가용자금을 가늠하기 위해 대출부터 알아본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갑자기 KB국민은행에서 디딤돌 대출 한도가 2억5000만 원에서 20% 넘게 줄었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내어줄 최우선 변제금을 대출에서 제외하는 ‘방 공제’를 적용하면서 서울 기준 대출액이 5500만 원 줄어든 것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나머지 4곳도 2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출 한도가 확 줄어드는 변화가 사전 발표나 안내 없이 기습적으로 도입되는 건 이례적이다.
이후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사실이 알려지며 실수요자들이 반발하자 국토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7일 국민은행에 대출 축소 시행일을 21일로 미루라고, 또 18일엔 5대 은행 전체에 21일 시행 계획 자체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차례 혼선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23일 또 방향이 뒤집혔다. 국토교통부는 23일 “과도한 대출 관행이나 주택도시기금 건전성에 무리가 될 수 있는 대출을 자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출 축소 방침을 밝혔다. 은행들과 실수요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국토부가 시장에 오해를 살 만한 신호를 준 적도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9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은 인기 지역에 많지 않아 정책 자금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정책 대출을 조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간담회 전인 9월 초부터 HUG를 통해 은행들에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를 구두로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과 뒤가 달랐던 것이다.
정말 정책 대출과 집값 상승은 관련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의 최고가는 일반 대출 5억 원, 신혼부부 대출 6억 원, 신생아 특례 대출 9억 원이다. 정책 대출을 받은 사람이 서울 외곽 또는 수도권에서 집을 사면, 이 집을 판 사람은 돈을 보태 서울 도심이나 더 큰 집으로 갈아타기 마련이다.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결국 인기 지역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올해 1∼9월 집행된 디딤돌 대출금액은 22조2507억 원이다. 2022년(3조7205억 원)의 6배로 튀었고, 작년 규모(13조8834억 원)도 이미 훌쩍 넘었다. 주택 가격과 소득 요건 등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 신혼부부, 생애최초, 신생아 특례 대출이 절반이 넘는 12조350억 원이다.
국토부는 “디딤돌 대출의 맞춤형 개선 방안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일상화돼 버린 관치를 국토부가 어설프게 따라 하기보단, 지금이라도 수요자를 고려한 책임 있는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강유현 산업2부 차장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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