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이주 특혜 의혹' 문다혜씨, 검찰 참고인 소환요구에 ‘불응’
태국 이주 특혜 의혹을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1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주지방검찰청은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태국계 항공사 취업과 그의 아내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와 관련한 특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이날 검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변호인을 통해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다혜씨 전남편 서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올해 1월 19일과 2월 7일, 2월 14일 세 차례에 걸쳐 조사했지만,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은 다혜씨의 잇단 조사 불응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향후 추가 소환 요구 여부에 대해 전주지검 관계자는 “검토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씨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가 실소유한 태국계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전무 이사로 취업했던 과정을 놓고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또 서씨가 항공사로부터 받은 월급 800만원과 태국 이주·주거비 등 총 2억3000만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인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4개월 뒤인 7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된 것과 그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한 데 대해 장기간 수사하고 있다. 항공업계 경력이 전혀 없는 서씨가 전무 이사로 채용된 것이 중진공 이사장 자리의 대가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 부부의 태국 이주 등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해 특혜를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게임 업계를 나와 특별한 직업이 없던 서씨 부부에 대한 생활비를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지원해 왔으나, 서씨의 취업으로 이를 중단한 것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 다혜씨가 2018~2020년 가족과 함께 태국에 머물 때 최소 3명 이상의 청와대 직원과 돈거래를 한 조사를 놓고 그 출처와 함께 공적 자금이 포함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 눈에 띨만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압수수색은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별장, 서씨 자택은 물론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까지도 이뤄져 다혜씨 가족에 지원한 생활비 액수와 기간, 지원 중단 시기 등을 파악했다. 앞서 이 전 의원 자택과 대통령기록관, 중기부, 중진공, 인사혁신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평양공연’ 당시 예술단원들을 실어나른 특별 전세기로 이스타항공이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통일부와 남북관계관리단(옛 남북회담본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대형 항공사들을 제치고 방북 전세기로 선정된 데는 기존 운항 경험 외에도 문재인 정부로부터 받은 특혜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있는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천성 시각장애인 작가의 자전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언급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세상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다. 상처 많은 고단한 삶을 이토록 꿋꿋하고 담담하게 쓸 수 있는 정신력이 놀랍다. 이렇게 꿋꿋하고 담담해지기까지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얼마일까 싶다’라고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5일 딸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침묵을 이어오다 21일부터 SNS 활동을 재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가족 관련 수사에 불편한 속내를 책 소개를 빗대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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