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하다가 적성 찾았죠”…하루 종일 양파 까도 행복했다는 이 ‘깡패’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인터뷰
요리사와 사업가는 완전 달라
평생 요리하는 게 가장 큰 꿈
고기를 잘 다뤄서 ‘고기깡패’로 불리는 요리사 데이비드 리(43). 최근 넷플릭스에 방영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경연 참가자로 출연했던 데이비드 리는 스테이크 등을 판매하는 서울 한남동 식당 ‘군몽’의 오너 셰프다.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지만 그는 방송 출연 전에도 미식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명성이 높았다.
그는 미국 뉴욕의 요리 학교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고, 미쉐린 식당에서 꽤 오랜 기간 일하며 실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요리사이다. 방송 후 그의 얼굴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군몽 예약 시작과 동시에 2~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뷰 요청, 방송 촬영, 기업 협업 미팅 등으로 숨가쁘게 지내고 있다.
데이비드 리는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이 출연하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출연자로도 확정됐다. 그는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멘토 역할로 출연한다. 이달 ENA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어렸을 때 꿈은 농구선수였지만 키가 더 크질 않아서 포기했어요. 이후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미대에 진학했지만, 취사병으로 군복무하면서 요리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요리하는 게 정말 즐거웠거든요. 2004년 제대 후 한국에서의 학업을 접은 채 2005년 미국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뉴욕에서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밥 먹듯 인종차별을 당했다. 언어 장벽을 깨기 위해 영어도 열심히 배웠다.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인턴 초반에는 하루 종일 양파 등 식재료 손질만 했다.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요리하는 게 즐거워서 버텼다. 외국인 동료들이 자신의 한국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게 싫어서 미국에서 살 때부터 데이비드 리라는 영어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외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아이들도 낳아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살았다. 경험이 쌓이면서 미쉐린 식당에서 일할 수 있었고, 수입도 꽤 좋았다. 외식·식품 사업가 사이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의 요리 실력을 알아본 한국 식품 회사가 그에게 협업·컨설팅 등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인이고, 고국이 항상 그리웠기에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뉴욕에서 배운 요리 기술과 한국의 신선한 식재료를 한국 계절에 맞게 잘 융합해 요리하고 있어요. 군몽에는 여러 음식이 구비돼 있는데, 제가 스테이크를 잘 만든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스테이크 전문점처럼 됐네요. 요리하기 가장 쉬운 음식은 제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이고, 가장 힘든 요리는 제 아내가 좋아해주는 음식입니다.”
몇 년 전부터 요리사들이 ‘셰프’로 불리며 인기를 끌자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자신이 요리, 그 자체를 즐거워하는지, 돈을 벌기 위해 요리사가 되려고 하는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요리사의 길과 사업가의 길은 다르거든요. 요리사가 겉으로 봤을 땐 화려해보일 수 있지만 진짜 힘듭니다. 죽더라도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만 요리사가 돼야 합니다.”
요리사가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데이비드 리. 자신은 사업가보다 요리사에서 더 가깝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사를 꿈꾸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죠. 제 아이들, 손자에게 기억되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평생 요리하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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