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왕조’ ‘새 역사’ 시작됐다…구단 역사상 첫 3연패 달성! 강원에 2-1 짜릿승 ‘조기 우승 확정’ [현장 REVIEW]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현재 우리 팀에는 새로운 팀과 선수들이 있다. 굳이 옛날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선수들에게도 지난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한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싸우겠다.” (김판곤 울산 감독)
김판곤 감독이 시즌 도중 울산HD 지휘봉을 잡았지만 ‘우승 스피릿’은 흔들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으로 떠났던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했고 조기 리그 우승에 이어 구단 역사상 첫 3연패 영광까지 해냈다.
울산은 1일 오후 7시 30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에서 강원FC를 2-1로 제압하고 구단 역사상 첫 리그 3연패를 해냈다. 울산은 승점 68점을 획득해2위 강원(승점 61점)과 승점 차이를 7점으로 벌리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조기 리그 우승을 확정하게 됐다.
K리그 역사에서 3연패를 달성한 건 두 팀밖에 없었다. 성남 일화(현 성남FC)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두 번이어다. 리그 역대 최다 우승 팀(5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가 가장 최근 기록이다. 울산은 이날 3연패를 해내면서 새로운 ‘왕조’를 썼고 리그 역사상 3번째 3연패 팀에 이름 올렸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울산이 리그 우승에 유리한 위치다. 평소 하던 것처럼 홈에서 이기는 습관대로 하자고 했다. 다만 평소보다는 조금 더 집중하고 강하게 하자고 전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해외 리그나 우승 경력도 있다. 개인적으로 실점을 싫어하지만 리스크 있는 경기를 좋아한다. 수정해야 할 부분들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15분 안에 득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승부처를 경기 후반에 두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전반에 승부를 내겠다. 초반부터 이기려고 애쓸 것이다. 최근 강원의 두 경기를 봤다. 미드필드에서 견고하게 기다리다가 뚫고 나가더라. 강원이 유리할 수도 있다. 비가 오는 상황에 맞춰 강원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전술을 준비했다. 오늘 경기에서 잘 먹혔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조곤조곤 설명하던 김판곤 감독은 3연패에 큰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보였다. 윤정환 감독이 울산을 이끌던 시절 준우승을 이야기하자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 “현재 울산은 새로운 팀과 선수들이 있다. 굳이 옛날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선수들에게도 지난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한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싸우겠다”라고 다짐했다.
홈팀 울산은 주민규와 강윤구로 강원을 상대했다. 여기에 허리에는 루빅손, 고승범, 보야니치, 이청용을 배치했고, 이명재, 김기희, 김영권, 윤일록이 포백을 맡았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강원은 코바체비치가 최전방에 섰다. 유인수, 이유현, 김강국, 양민혁이 뒤를 받치며 화력을 지원했다. 이기혁이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에서 포백을 보호했고, 송준석, 김영빈, 강투지, 황문기가 수비를 책임졌다. 골키퍼 장갑은 이광연이 꼈다.
양 팀은 꽤 치열하게 붙었다. 전반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김판곤 감독의 울산은 이청용과 고승범 등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해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강원 지역에 파고 들었다. 울산의 공격을 막던 강원은 측면에서 활로를 찾았고 과감한 크로스와 코바체비치의 제공권으로 카운터 어택을 시도했다.
울산이 먼저 잡았다. 전반 5분 프리킥에서 주민규가 헤더로 강원의 골망을 조준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광연이 각을 좁히며 막아내 강원을 위기에서 구했다. 전반 27분에는 루빅손이 과감하게 쇄도하면서 이광연 골키퍼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어 이청용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강원 수비를 완벽하게 허물었고 루빅손이 슈팅을 했다. 득점과 다름없는 순간이었는데 골망이 흔들리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팽팽했던 0의 균형은 울산이 깨트렸다. 루빅손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강원 골망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루빅손의 핸드볼 판정 여부에 비디오 판독(VAR)이 길어졌다. 8분 가량 온 필드 리뷰를 봤던 주심은 루빅손의 득점을 인정했다.
울산은 후반전에도 1골 리드를 앞세워 여유롭게 운영했다. 김판곤 감독이 늘 강조하던 전반·후반 15분 안에 추가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주민규였다.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이청용의 크로스를 깔끔하게 밀어넣어 울산에 완벽한 승기를 안겼다.
울산은 올라온 강원의 배후 공간을 적절하게 타격했지만, 강원의 추격도 만만하지 않았다. 후반 14분 이상헌이 박스 근처에서 툭 밀어차는 ‘로빙 원더골’로 울산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골이었다.
울산은 영리하게 강원을 이용했다. 1골을 따라잡은 강원이 울산을 한 칸 높은 지역에서 압박하고 카운터 어택을 시도하려고 하자 롱볼을 섞어 강원 지역에 볼을 투입했다. 50대50 싸움을 걸기도 했지만 강원에게 쉽게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으려는 전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강원을 차분하게 역이용했다. 주민규는 최전방과 페널티 박스 지역 근처에서 여유있게 볼을 잡았고 기회가 되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28분에 때린 슈팅이 이광연 골키퍼 손에 맞고 튕겼지만, 강원을 압박하기에는 충분했다.
후반 31분에는 보야니치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과감한 전진 드리블로 강원을 흔들었다. 강원의 태클을 하나둘 벗겨내며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했지만 슈팅까지는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득점까지 했다면 강원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원더골이었을테다.
김판곤 감독은 80분이 지나가자 보야니치와 고승범을 빼고 마테우스와 황석호를 투입했다. 좀 더 수비에 에너지 레벨을 올려 강원 반격을 막고 승리를 굳히려는 의도였다.
울산은 경기 막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었던 루빅손이 막판까지 엄청난 활동량으로 오른쪽, 왼쪽 측면을 지배했다. 울산이 전방으로 볼을 찔러 넣으면 루빅손이 어느샌가 달려가 볼을 잡았고 유의미한 움직임과 장면을 만들어냈다.
강원은 동점골에 총력을 다했다. 최대한 울산 진영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울산이었지만 강원이 반격을 할 때면 박스 안에 촘촘하게 선수들을 배치해 강원의 슈팅,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하지만 추가 시간은 6분이었다. 강원과 울산 입장에서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울산종합운동장에 모인 팬들은 추가 시간 동안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빗속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양 팀은 사력을 다해 공격과 수비를 했다. 추가 시간 3분이 흘러가던 상황에는 강원이 공격의 키를 쥐고 울산을 압박했다. 먼 거리 중거리 슈팅으로 조현우 골키퍼를 위협했지만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이후 측면 공격 뒤에 헤더도 야속하게 빗나갔다. 경기는 울산의 승리로 끝났고 리그 3연패를 확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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