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까지 달달한데 안 할 이유가”…미국바라기 된 서학개미들, 얼마나 늘었나

美, 혁신기업 날고 지속 성장
시총 30대 기업 중 26곳 포진
연평균 주주환원율 92% 최고

해외주식 투자에서 미국주식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시차 장벽에도 올해 해외투자 순매수 50위권에 오른 종목들 대부분(49종목)이 미국 주식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는 테크기업이 포진해 있어 다른 국가보다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주주환원률 역시 높은 영향이 크다. 한국 증시의 낮은 주주환원율과 저성장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미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여러 초고위험성 투자가 가능해 한방을 노리는 단타 투자자들까지 미국 주식을 엿보고 있다.

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가별 외화주식 투자비중에서 2019년 61.9%를 차지하던 미국은 2024년 90.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홍콩은 9.5%에서 1.8%로 줄어들었으며 일본 역시 13.8%에서 4.3%로 감소했다. MSCI월드 지수 내 국가 비중이 미국 64% 일본 5% 영국 2%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투자자들의 미국 편애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미국에서 혁신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다른 선진국을 압도하는 꾸준한 총요소생산성과 GDP 증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총 3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26개, 유럽권은 2개(노보노디스크, LVMH), 홍콩은 1개(텐센츠)라 대형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한다면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홍콩은 중국 증시의 버블이 꺼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졌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간 성장 궤적을 보면 대부분 선진국은 인구와 투자가 정체되며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미국은 생산성 개선과 인구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과 다른 선진국 간의 간극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ECD 의 생산성인디케이터(Productivity Indicator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GDP에서 일본이나 유럽국가들을 훌쩍 뛰어 넘는 5.6%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 역시 높다. 팬데믹 이듬해인 2021년 치솟은 총요소생산성 증가 때문에 역기저효과로 2022년 들어 총요소생산성이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노동시간 투입 증가 등으로 높은 GDP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총노동시간 감소가 없는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생산성은 2015년 이후 반등한 데 비해 유럽은 혁신 부족으로 생산성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면서 “2010년 이후 기술혁신에 뒤처진 게 유럽 경쟁력 약화의 결정적 요인”이라 분석했다.

앞선 주주환원 역시 미국 주식을 선호하게 된 배경이다. 미국은 대형주의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자산운용사)가 1~3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창업자가 1대 주주인 비율이 높은 한국·유럽과 다른 점이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수익률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설 유인이 많아 주주환원율이 높다.

KB증권이 분석한 국가별 총주주환원율(2022년까지 10년 평균)을 보면 미국이 92%, 미국외 선진국 68%, 이머징국가 37%, 중국 32%, 한국 29%다.

미국 증시 주가이익비율(PER)이 20.4배로 한국 11.3배, 일본 16.3배, 중국 13.7배에 비해 매우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지만 주주환원이 계속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ETF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초고위험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차나 환전을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미국 주식 직구를 택하고 있다.

특정종목에 2배 배팅할 수 있는 ETF와 지수에 3배 베팅할 수 있는 ETF는 한국에서는 나오지 않는 상품군이라 강세장이 이어질 수록 이러한 ETF 투자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주식 순매수 3위는 미국장기채 3배 레버리지 ETF인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TMF)’이었다. 3억9000만 달러(5350억원)을 순매수했다. 9위는 테슬라 주가 2배 상승에 베팅하는 ETF였다.

7위권에 있는 2배 비트코인 ETF역시 한국에는 비슷한 상품이 없다. 현재 국내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마저 거래가 되지 않으니 아예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가 가능한 2배비트코인 ETF를 연간 3억6640만 달러 (5000억원) 순매수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해외주식 순매수 50위 중에서 유일하게 있는 비미국 상장 주식은 일본에 상장된 ‘아이셰어 미국 20년물이상국채ETF(2621)’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50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다만 미국 자산운용사가 출시했고 미국 매크로 변수에 베팅하는 상품이라 미국 증시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