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졸졸 쫓아가 폭탄 ‘쾅’…민간인 사냥하는 러 드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 보도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인간 사파리”라고 칭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헤르손은 2022년 3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점령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는 9개월 만에 이 지역을 탈환했으나, 러시아군은 인근 드니프로강 건너에 병력을 재배치한 후 드론을 날려보내 수류탄이나 대인지뢰를 투하하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구급차가 드론의 주 표적이며 소방차와 시내버스, 민간인 차량 등도 공격 대상이다.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와 장을 보고 있는 노인들도 예외 없이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헤르손 주민 올레나 보이코는 이달 초 자신의 여덟살 난 아들 헨리크를 포함해 네 명의 아이가 공터에서 놀고 있을 때 군용 드론이 상공에서 윙윙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보이코는 나무 아래에서 드론의 시선을 끌면서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외쳤다. 드론은 다행히 공격을 하지 않고 가버렸지만, 보이코와 그녀의 아들은 극한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보이코 가족은 결국 이 사건 이후 폴란드를 경유해 노르웨이로 거처를 옮겼다.
이런 드론 공격은 지난 7~10월 사이 더 심해졌다. 이 시기 헤르손에선 드론과 지뢰 공격으로 133명이 죽고 135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올렉산드르 프로쿠진 헤르손 주지사는 지난 8월 이후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만 7000회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이것은 표적 테러”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누구를 공격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민간인을 살상하는지를 뽐내기까지 한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드론은 특히 플라스틱 폭약이 내장된 소형 대인지뢰를 도심에 투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뢰는 특이한 외형 때문에 ‘꽃잎 지뢰’라 불리며 위장을 위해 국방색이나 갈색으로 칠해졌다. 대인지뢰금지협약 비가맹국인 러시아는 전장에서 이 지뢰를 드론으로 광범위하게 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BBC도 러시아 드론이 헤르손 민간인들을 사냥하는 증거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드론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민간인이나 승용차를 뒤쫓아가며 폭발물을 떨어트리는 모습이 담겼다.
솔로미야 코마 우크라이나안보협력센터 대표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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