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 ‘구글 타임라인’, 돈 받았다 지목된 날 동선과 2㎞ 오류

삭제·변조 정황은 안 나왔지만
위치기록 오류 다수 발생
검찰 “타임라인 신뢰 못 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알리바이인 ‘구글 타임라인’을 법원이 감정한 결과, 김씨가 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날 2km의 거리 측정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타임라인 기록은 김씨의 항소심 최대 쟁점으로 꼽혀왔다. 검찰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민주당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 중엔 김씨가 2021년 5월 3일 오후 6시쯤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있었다.

그러자 김씨는 항소심 첫 재판에서 “2021년 5월 3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방문한 적 없다”면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새로 제출했다. 구글 타임라인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통해 실시간 위치 기록을 온라인에 저장하는 서비스다.

김씨의 타임라인에는 김씨가 5월 3일 오후 5시쯤 성남시 분당구의 사무실에서 퇴근해 서울 반포동에 들렀다가 서초동 자택에 도착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씨는 이 기록을 보면 자신이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들른 적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김씨가 임의로 방문 기록을 수정·삭제했을 수 있다”며 구글 타임라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구글 타임라인의 신빙성에 대해 감정을 해보자는 김씨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감정인이 3개월 간 감정을 진행한 뒤 최근 재판부에 결과를 제출했다.

감정인은 김씨의 구글 타임라인에서 방문 장소를 인위적으로 수정·삭제했을 때 생기는 ‘비정상적 경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원래 위치와 떨어진 곳을 기록하는 ‘위치 기록 오류’는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 5월 3일의 경우 위치 기록 오류가 1.95km나 발생했는데, 이는 감정 대상 날짜 중 가장 긴 거리였다. 김씨의 사무실과 유원홀딩스 사이의 직선 거리는 1.6km 정도다.

다만 감정인은 위치 기록 오류의 발생 원인을 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감정 자체가 구글 타임라인 생성 매커니즘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인이 휴대전화를 들고 이동하면서 위치 데이터 생성 과정을 재현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감정이 애당초 구글 타임라인 생성 매커니즘을 모른 상태에서 진행됐고, 실험군 숫자 또한 재판부가 요구한 10~20개가 아니라 1개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하면 감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5월 3일 외에 다른 날짜에도 김씨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자동차 입출차 내역 등 객관적 물증과 구글 타임라인상 동선이 다른 경우가 여러 번 발생했다는 점도 구글 타임라인의 신빙성을 떨어트리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식당이나 주유소에서 김씨의 법인카드가 사용되고, 사무실에 자동차 입출차 내역이 확인되고, 사무실 컴퓨터에서 텔레그램에 접속한 기록이 나온 날에도 구글 타임라인에는 김씨가 집에 있었다고 기록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4일 감정기일을 열고 감정인을 불러 감정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재판부가 구글 타임라인의 신빙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법원의 유무죄 판단과 형량도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