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재판지연과의 이별

2024. 11.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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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한국 사법부는 재판 지연의 문제로 인해 국민과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1심 법원 합의부에서 배석 법관이 한 주에 세 건씩만 선고하는 관행이 지난 수년간 굳어졌다.

판결문 이유 작성을 위한 리서치 같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에 AI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법관들이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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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한국 사법부는 재판 지연의 문제로 인해 국민과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1심 법원 합의부에서 배석 법관이 한 주에 세 건씩만 선고하는 관행이 지난 수년간 굳어졌다. 이 관행은 전국적으로 일종의 묵시적 카르텔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비난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민사사건의 경우 사건 배당 기준 소가(訴價)가 인상됨에 따라 합의부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매우 어려운 사안들로 구성되는 현실도 있다. 그래서 법관들이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또한 해외 선진국 법관 업무량과 비교해볼 때 한국 법관들의 업무 처리량과 속도가 그리 뒤처지는 것도 아니라는 반론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국민은 빠르고 신속한 재판을 원하고 있으며, 현재의 재판 진행 속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판 지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인공지능(AI) 도입이 필요하다. 판결문 이유 작성을 위한 리서치 같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에 AI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법관들이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물론 판결 결론은 당연히 인간 법관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을 전제로 주장한다. AI는 판결문 이유 작성뿐 아니라 사건 분석, 법리 검토 등의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서 재판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AI 도입은 법관들이 더 핵심적인 판결 결론 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해줄 것이다.

두 번째로 무너진 성과와 보상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법관 평가의 무력화, 법원장 선거 제도 등이 깊은 검토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었다. 법관들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수적이다. 입법 사항인 고등부장제는 차치하더라도 성과와 보상 체계는 하루속히 복구되어야 하고, 현재 어느 정도 복구되는 과정에 있다. 현 시스템에서는 법관들이 일정 수준의 사건만 처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성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과 기반의 보상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법관들이 더 많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판결문 간소화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사자나 대리인이 기대하는 것은 판결문 자체의 창의성이 아니라 자신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길게 작성된 판결문보다 핵심적인 결론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심 법원에서는 간단명료한 판결문을 작성하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더 깊이 있는 법리 검토와 논리 전개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재판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더 이상 하급심 법관들이 상급심 법관을 의식해서 필요 이상 판결 이유 작성에 에너지를 과다 투입할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국민은 빠르고 정확한 판결을 원하지, 창의적이고 복잡한 판결문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사법부는 이제 국민의 요구에 맞춰 재판 시스템을 개혁하고, AI와 같은 혁신적 기술 도입, 성과 기반의 보상 체계 확립, 판결문 간소화 등을 통해 재판 지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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