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오타니의 만다라트 계획표

올해 세계 프로 스포츠 최고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미국 진출 후 신인왕과 리그 MVP를 거친 그가 드디어 소속 팀(LA다저스) 우승이라는 최고 영예까지 안았다.

프로 선수 오타니를 넘어 '인간 오타니'는 경외감을 준다. 그의 '만다라트' 계획표는 9가지 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만다라트는 산스크리트어(범어)의 'Manda'(본질)와 'la'(소유)에 'art(기술)'를 합친 말로 목표 달성의 기술이라는 뜻이다. 계획표는 가로세로 세 칸짜리 정사각형 총 9개가 붙어 다시금 큰 정사각형 모양을 이루는 액자 구조다.

고교 시절에 작성한 것이니 계획표 한가운데 자리한 핵심 목표는 '8개(일본 프로야구) 주요 구단의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는 걸로 정했다. 물론 지금은 그걸 훌쩍 넘어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나머지 8개 목표는 주로 야구의 기술적인 부분이다. 변화구, 제구, 구위, 몸 만들기, 구속 160㎞/h 달성, 멘탈 유지 등이다. 그런데 나머지 2개 목표가 인간 오타니를 오롯이 바라보게 만든다. 바로 인간성과 운이다.

그는 인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성, 배려, 예의, 사랑받는 사람, 계획성, 감사, 지속력, 신뢰받는 사람이라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써놨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자신의 야구 목표에 이런 요소를 담았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운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은 신박하기까지 하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운동부 청소, 물건 소중히 쓰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긍정적 사고, 응원받는 사람, 책 읽기라고 썼다.

그가 올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을 달성하고 미국 진출 7년 만에 양대 리그 MVP를 세 차례(거의 확실한 올해 수상까지 포함)나 거머쥔 건 인사하고 쓰레기 주우며 쌓은 운에 어마어마한 실력이 더해져 세운 결과다. 그에겐 운도 실력이고 실력도 운이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