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보도' MBC, 최경환에 2000만원 배상…법원 "경솔"(종합)

MBC, '신라젠에 5억 투자 의혹' 보도…최 전 부총리 손배소 제기
1심 이어 2심도 최 전 부총리 승소…"공익 인정되나 사실확인 부족"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17일 오전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있다. 2022.3.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 투자 의혹'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낸 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 최성보 이준현)는 1일 최 전 부총리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MBC 측의 항소를 기각, "피고가 원고에게 20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보도에서는 원고가 차명으로 투자했다고 적시하고 있으므로 허위라고 주장하는 원고로서는 그러한 사실의 부존재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거론되는 명의자들과 거래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점, 명의자들이 누구인지 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제3자가 개입될 경우까지 포함해 모든 거래의 부존재를 입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적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적시 사실이 허위로 입증됐다는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MBC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 전 부총리의 신라젠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MBC는 "이철 씨가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5억 원, 그의 주변 인물이 60억 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말을 당시 신라젠 대표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근거로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반면 최 전 부총리 측은 "신라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 전 대표와 '제보자X'로 알려진 지 모 씨, MBC 관계자 등을 고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와 신라젠 관계자 등을 직접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가 방송사와 서면 인터뷰에서 허위 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MBC 관계자와 지 씨의 경우 허위 사실임을 알지 못했다거나,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1심은 보도의 공익 목적은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을 위한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은 서면 인터뷰와 녹취록 외에는 보도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보도가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심히 경솔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보도가 6년 전 사건을 다루고 있어 곧바로 보도해야 할 만큼 긴급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최 전 부총리는 신라젠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들도 기소해달라며 재정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