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남았어"…물 채운 지하 벙커에 지인 가두고 때린 40대

/사진=뉴스1

지하 벙커에 물을 채워 지인을 감금하고, 겁에 질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지인을 다시 데려와 가혹행위를 이어간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는 중감금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B씨(50)를 자신이 거주하는 바지선에 감금해 가혹행위를 하고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강원 화천군에 있는 집에서 잠을 자던 B씨를 깨운 뒤 차량에 태워 함께 술을 마셨다. 그는 B씨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고, 겁을 먹은 B씨는 "집에 가야겠다"고 했다.

B씨가 귀가하려고 하자 A씨는 차량을 몰고 파로호 유원지 선착장으로 이동해 "돌로 찍어 죽여버리기 전에 빨리 타라"고 협박해 바지선에 강제로 태웠다. 이후 전기바리캉으로 B씨 머리카락을 밀고 "넌 죽어야 해", "13시간 남았어"라며 주먹과 둔기로 폭행했다.

또 밀폐된 지하 벙커에 B씨를 들어가게 한 뒤 호스를 넣고 물을 채워 약 1시간 동안 감금했다.

벙커 밖으로 나온 B씨에게 바지선 강물 위에 설치된 그네를 타게 하고 "2시간 깎아주겠다"며 줄을 밀고 당기면서 겁을 주기도 했다. 공포감을 느낀 B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A씨는 B씨를 다시 데려와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A씨는 B씨에게 술과 음식을 사 오라고 지시하거나 샤워하라고 시키고는 머리에 샴푸를 계속 뿌리고, 씻고 나온 B씨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A씨는 총기를 가져오라며 B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나오지 않자 B씨 모친(78)이 보는 앞에서 "빨리 안 나오면 돌로 찍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지난 7월 20일 119 신고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바로 이송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몸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며 "다 죽인다"며 흉기를 가지고 와 위협했다.

그는 구급대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신을 향해 테이저건을 조준하자 자해하려고 하거나 구급대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 5일 동안 피해자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해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는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흉기를 휴대해 소방공무원들을 협박하는 등 범행 경위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폭력 범죄로 다수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면서도 "중감금치상 범행 피해자와 합의한 점과 피해 공무원들을 위해 각 5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