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 피해 도주하다 사망사고 낸 20대…"모범시민으로 살겠다" 선처 호소

지난 8월 7일 천안 동남구에서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사고현장. /사진=뉴스1(천안동남소방서 제공)

경찰 음주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환경미화원을 치어 숨지게 하도 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가해자는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6)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8월 7일 오전 0시 53분쯤 천안 동남구 한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B(36)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사고 전 인근 교차로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B씨를 들이받았다. 쓰레기 수거차와 A씨 차량 사이에 끼여 치명상을 입은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숨진 B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B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도 전치 2주 상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를 냈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재차 도주했고 경찰 추격 끝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호흡 음주 측정이 어려워 채혈 측정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일부 억울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음주 측정을 시도한 경찰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혈액 측정 요구 의사를 듣지 못했다"며 "요구가 있었다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A씨에 대해 징역 12년 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잘못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고,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음주 측정 당시 혈액 채취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과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채혈 측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기억하는 등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유족 등에 대한 진지한 사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엄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리석고 잘못된 행동으로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평생 속죄하며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한다"며 선처를 바랐다.

선고공판은 오는 12월 3일이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