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좋아했는데”... ‘수거차 참변’ 초등생 빈소에 놓인 아이브 근조화환
아파트에서 후진하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김모(8) 양의 발인식이 1일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발인식에는 가족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김 양의 빈소에는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여러 조문객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특히 김 양이 생전 좋아했던 걸그룹 아이브가 보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의 근조화환도 빈소 입구에 놓여 있었다. 김 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아이브 측이 애도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양은 평소 아이브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기를 좋아했으며 뮤지컬 관람을 고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양의 삼촌은 “조카와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김 양의 이모는 “늦둥이라 정말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면서 “주말에 엄마랑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엄청나게 기대했었는데 그 착한 아이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김 양은 사고 직전 하교하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곧 도착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통화가 모녀의 마지막 대화였다. 통화 이후 30분이 지나도 김 양이 돌아오지 않자 김 양의 엄마는 아이를 찾아 나섰고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수거 차량 아래서 김 양의 소지품을 발견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엄마가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 했지만 구급대원이 말릴 정도로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애통해 했다. A양의 작은 아버지 김성훈 씨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 차량이 올라와 후진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던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조카가 그렇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 20분쯤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부 재활용품 수거장 앞에서 발생했다. 하교 중이던 김양은 후진하던 5t 재활용 쓰레기 수거차량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방범카메라(CCTV) 영상에는 차량이 인도로 올라선 뒤 재활용품 수거장으로 진입하려고 10여m를 후진하다 김양을 치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운전자 A(49)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보지 못하고 후진하다가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후진 시 필요한 보조 작업자 없이 혼자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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