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시신에 자백까지 나왔는데, 대법원 무죄 판결? 형사 추궁이 낳은 미스터리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01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연기를 하곤 합니다. 가령 아주 쓰디쓴 음식을 아이에게 먹여야만 할 때 '음 ~맛있다.'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력한 용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간혹 이미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소위 떠보기를 하기도 하죠.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죠. 그런데 이 게임 이론이 참 짜릿한 이유는 자신의 선택으로 두 명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두 명 모두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데 급급해 둘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이 사건 역시 결국 두 사람 모두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재판에 넘겨진 결정적 이유는 이들이 언급한 시신 유기 장소에서 실제 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었죠. 이제 남은 건 살인범들에게 받아 마땅한 형을 선고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죠. 피의자들이 진술한 내용과 사체에서 발견된 흔적들 사이의 괴리감은 상당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 없었죠. 그런데 알 수 없는 의문점들 이것만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수현 변호사(이하 이수현):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이 사건 청취자분들도 끝까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미스터리가 가득한 사건입니다. 총 3명의 피의자가 나오는데 1심에서는 전원 유죄 나왔다가 항소심 대법원까지 무죄 나왔던 그런 사건이잖아요.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23세 이씨, 20세 황 씨, 26세 방 씨 세 사람인데요. 세 사람 모두 강도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은 이 씨에게는 무기징역을, 황 씨에게는 징역 20년을, 방 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말씀해 주신 대로 이후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무죄로 판결이 바뀌더니 대법원까지 피고인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결과가 뒤집힌 사건입니다.
◆이원화: 강도 살인 혐의로 1심에서 한 사람은 무기징역까지 나왔는데 어떻게 전부 무죄가 나온 겁니까?
◇이수현: 이 사건이 참 특이한 사건이어서요. 이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먼저 알아야 되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찬찬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01년 10월에 이 씨와 황 씨가 이 사건과는 다른 사건으로 강도상해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이 씨와 황 씨는 서로 분리된 채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황 씨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너무 순순하게 범행을 자백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이제 취조하던 형사는 자신의 경험상 이러면 황 씨가 더 큰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강도상해 혐의를 순순히 털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 씨와 황 씨는 이전에 전과도 좀 많았기 때문에 더 수상했던 모양입니다.
◆이원화: 어떤 전과가 있었죠?
◇이수현: 황 씨는 특수강간으로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3년, 특수절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두 번의 전과가 있었고, 이 씨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경찰이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담당 형사가 황 씨한테 너 사람 죽였다면서라고 떠보는 질문을 던졌는데 황 씨가 갑자기 누가 그러냐 자신은 안 죽였다라면서 격하게 반응한 겁니다. 이제 형사는 옳다구나 싶었는지 황 씨한테 공범인 이 씨가 다 털어놨다라고 하면서 유도 신문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황 씨는 자신이 아니다. 사실은 이 씨가 죽인 거다. 이 씨가 자신에게 덮어 씌우는 것이다라면서 뜻밖의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형사가 계속해서 추궁을 하니까 황 씨는 속초에 있는 한 콘도에서 강도 살인을 했고, 그 시신을 바닷가 묘지 옆에 암매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씨가 알고 있다라고까지 이야기를 한 겁니다. 황 씨의 진술을 들은 형사는 포기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더 자세하고 상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서 이 씨를 찾아가서 추궁을 했었습니다.
◆이원화: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나는 대목인데 이 씨는 뭐라고 했나요?
◇이수현: 형사는 이 씨를 찾아가서 황 씨가 다 이야기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런데 이 씨가 처음에는 살인 범행을 부인합니다. 그러자 형사는 이 씨에게 네가 황 씨의 범행을 진술하지 않으면 너 혼자 살인 주모자로 몰릴 것이다.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압박을 가한 겁니다. 이 씨는 이미 그전에 여러 차례의 전과도 있었고 재판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혼자 다 뒤집어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자백을 하겠다 라고 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진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경찰 입장에서는 강도 혐의로 체포해 왔는데 알고 보니 살인도 저질렀더라. 이걸 밝혀냈으니 제대로 한 건 했다 싶었을 것 같거든요.
◇이수현: 그랬던 모양입니다. 경찰은 이 씨에게는 황 씨가 털어놓은 범죄 사실보다 더 구체적으로 진술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씨의 진술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3명이 있었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형사가 이 부분도 강하게 지적을 하니까 이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방 씨가 공범이다라고 진술을 했고요. 그러면서 방 씨까지 긴급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또 다른 공범이 있었네요. 그러면 이 3명의 피의자 피고인이 저질렀다는 살인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이수현: 이 씨가 상세히 진술을 했기 때문에 이 씨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정리를 해보면 4개월 전인 2001년 6월에 어느 날 새벽 2시쯤에 동네 친구인 이 씨, 황 씨, 방 씨 세 사람이 평소에 봐두었던 인근의 속초 H콘도라는 곳으로 가서 투숙객을 상대로 강도 살인을 해서 유흥비를 마련하자라고 모의했다고 합니다. 혼자 콘도로 들어가는 40대 남자를 발견했고요.3층 객실까지 따라간 다음에 배를 누르고 콘도 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남자가 문을 열게 만듭니다. 문이 열리니까 세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어서 남자를 마구 폭행한 다음에 준비한 흉기로 찔러서 저항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성인 여자 다른 투숙객이 한 명이 더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여자가 나오니까 옆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내리쳐서 실신시켰고요. 그다음에 방에 있던 13만 원의 현금을 빼앗고 남자를 강제로 끌고 5층 옥상으로 데려간 다음에 옥상에서 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려서 사망하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원화: 남성의 시신은 어떻게 했답니까?
◇이수현: 옥상에서 남자를 밀어 떨어뜨린 뒤에 세 사람이 내려와서 시신을 차에 인근에 있는 묘지 옆 공터에 암매장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남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가면서까지 피의자들이 지목한 묘지를 파내려갔는데요. 그런데 일주일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서 포기하려던 차에 묘지 부분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성인 남자의 백골화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원화: 이쯤에서 처음 이야기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가 보면 자백도 했고, 실제 이들이 시신을 유기했다는 장소에서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는 전원 무죄가 나온 겁니까?
◇이수현: 재판이 시작되자 피고인들이 사실은 수사기관에 거짓 자백을 했다라고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180도 진술이 바뀐 거네요.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진술도 구체적이고 시신도 발견됐다 보니까 자백을 보강 할 물증이 충분해서 유죄가 나올 거라고 확신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갑자기 재판에서 자신들은 살인을 한 적이 없다. 경찰과 검찰의 강압 수사에 이은 회유에 못 이겨서 거짓 자백을 했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이원화: 결과를 보면 1심은 이들의 자백 번복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형이 나온 거고 항소심은 이걸 받아들였던 모양이죠?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원화: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이수현: 일단 첫 번째로 콘도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투숙 기록이라 유류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유흥비 마련을 하기 위해서 성수기에 콘도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참 미심쩍은데 콘도에서 투숙객이 실종되거나 사고 당한 기록도 없다. 그리고 옥상에서 떨어졌으면 혈흔이 발견되어야 되는데 혈흔도 없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그 실신했던 여성 있지 않습니까? 동반 투숙객이었던 여성도 발견되지도 않고 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콘도 직원을 만났다고도 하는데요. 이 세 사람이 여성을 이동시킬 때 콘도 직원을 만났는데 이 직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이상하긴 하네요.
◇이수현: 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두 번째로 남자의 시체가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건데요. 시체가 100골이 되려면 적어도 1년 전에는 암매장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시체도 백골화되어 있고 옷도 다 살아있는 상태였는데 국립과학연구소에서는 적어도 시신 발견 1년 전부터 부패가 진행되었을 것이다라는 소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살인 시기가 시신 발견 4개월 전이라고 하니까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들이 범행 시기를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가정을 해봤더니 1년 전으로 잡게 되면 이 3명이 모두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예 범행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이원화: 알리바이네요.
◇이수현: 네 알리바이도 너무 확실했던 거죠. 이렇듯 피고인들이 진술한 구체적인 범행 경위가 실제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 사이의 진술도 서로 경위도 다르고 범행 시간도 다르고 도구도 다르고 각각 모두 다 달랐습니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었던 거죠.
◆이원화: 진짜 황당하네요. 경찰이나 심지어 검찰에서도 이거 몰랐을까요?
◇이수현: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 있습니다. 문제점들을 확인을 해보면 시신이 유일한 증거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시 분석을 해봐야 되는데 경찰과 검찰이 피해자의 유골을 보관할 곳이 없다라면서 화장을 해버린 겁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유골이 쌓여져 있던 마대자루도 불태워버리면서 증거가 모두 유실되었습니다. 이런 검찰의 어처구니없는 대처로 인해서 결국 세 사람에 대한 강도 살인 혐의가 무죄가 나온 겁니다.다만 완전히 무죄는 아닌 것이 이전에 황 씨와 이 씨가 잡혀온 계기는 다른 사건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강도상해 혐의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어서 황 씨와 이 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아서 2005년에 만기 출소하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진짜 신기하네요. 이 사람들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라는 게 납득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그들이 시신을 유기했다는 장소에서 진짜 시신이 나왔고 또 대체 그 시신은 누구며 만약 그들이 한 게 아니라면 이 시신이 살해된 건지 아니면 다른 일이 있었던 건지 이거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거 아닙니까?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근데 시신이 묻혀져 있던 장소가 공동묘지 근처였습니다. 그래서 암매장의 근거를 확신할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공동묘지 근처이다 보니 정말 살해된 피해자인지 다른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던 거죠.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피해자의 사체는 소실되었고 그 신원조차 알 길이 없다 보니까 만약 살해된 피해자라고 해도 그 사체가 유가족의 품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억울함을 풀지도 못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이원화: 이제껏 다뤘던 미제 사건 중 가장 미스터리하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 콘도에서 남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긴 했는지,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다는 시신이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한 건지조차 알 수가 없게 돼버린 그런 사건이죠. 그리고 그 주된 원인 경찰과 검찰인데요. 여러분은 이 사건 어떻게 들으셨나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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