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순찰에 나선 ‘로봇 경찰관’… 이번엔 정식 배치될 수 있을까

유병훈 기자 2024. 11. 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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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의 중동·계남지구대에는 '로봇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람 경찰관이 직접 로봇 경찰관을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검토하고 향후 다양한 로봇 도입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나 신기술, 필요 기능 등 보완 사항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첨단화된 다양한 기술이 순찰 임무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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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무인순찰로봇들과 함께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의 중동·계남지구대에는 ‘로봇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경찰차를 축소한 것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져 네 바퀴로 움직인다. ‘패트로버’라는 이름이 붙었다. 패트롤(patrol·순찰)과 로버(rover·차량)의 합성어다. 지난 8월부터 ‘사람 경찰관’과 함께 2인 1조로 거리 순찰을 하고 있다. 아직은 역량을 점검받고 있는 단계다.

‘로봇 경찰관’은 다른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상 소음 감지, 화재·가스 감지, 4방향 실시간 영상 송출과 데이터 저장도 할 수 있다. 또 보안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침입자나 낙상자를 감지할 수도 있다.

‘로봇 경찰관’은 지난달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의 입장을 안내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람 경찰관이 직접 로봇 경찰관을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검토하고 향후 다양한 로봇 도입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나 신기술, 필요 기능 등 보완 사항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첨단화된 다양한 기술이 순찰 임무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 로봇 경찰관, 순찰뿐 아니라 총 쏘는 용의자도 추적

세계 각국에서 ‘로봇 경찰관’이 현장을 뛰고 있다.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지난 3월 ‘4족 보행 로봇 경찰견’이 무장한 용의자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로스코’라 불리는 이 로봇 경찰견은 스스로 문을 열고 집 내부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용의자를 수색했다. 지하실에 숨어있던 용의자는 로봇 경찰견을 발견하자 발로 걷어찬 후 윗층으로 달아났다. 그런데 로봇 경찰견이 다시 일어나 계단 위까지 따라 올라오자 용의자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3발의 총을 맞은 로봇 경찰견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용의자 위치를 파악한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 용의자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3살 어린이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로봇 경찰견이 투입돼 인질범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구출 작전에 기여한 바 있다.

또 사람 경찰관이 24시간 상주하기 어려운 임무에도 로봇 경찰관이 투입되기도 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는 불법주차 차량 단속을 로봇 경찰관이 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 경찰국(NYPD)에서 지난해 시범 운용했던 경찰 로봇 ‘K5′ /AFP=연합뉴스

◇ 사람 경찰관 대신하려면 넘어야 할 산 많아

로봇 경찰관이 시범 운영을 넘어 정식 배치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사람 경찰관을 대신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11월 경기 시흥에서 패트로버와 비슷한 방식의 로봇 경찰관이 도입된 적이 있다. 그런데 6개월간 시범 운영만 이뤄지고 정식 배치되지는 못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로봇 경찰관 제조 업체와 약속한 시범 운영 기간이 끝난 뒤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패트로버에 대해서도 일선에서는 “도보 순찰 시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차량 순찰 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뉴욕시 경찰국(NYPD)이 지난해 9월 순찰을 보조하는 로봇 경찰관 ‘K5′를 시범 운용했지만 4개월 만인 지난 2월 사업이 중단됐다. 충전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경관이 순찰 로봇을 신경 써야 해 오히려 근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뉴욕 경찰은 지난 2020년 로봇 경찰견을 운용하려고 했다가 중단했다. ‘경찰견은 주로 흑인·우범 계층을 제압·감시하기 위해 쓰인다’는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순찰 로봇이나 로봇 경찰견도 치안의 과학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일환”이라며 “하지만 로봇이라는 이유로, AI라는 이유로 과시적인 목적에서 도입하면 현장에 제대로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로봇 경찰관의 도입 목적이나 효과성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경찰의 조직 문화와 조직 운영도 로봇에 맞게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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