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육성이 공개된 지 이틀째인 1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반응과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추가 녹취 공개에 대한 긴장감도 웃돌았다. 당 지도부는 침묵을 지켰다.
이날 당내 지도부 ‘투톱’은 이날도 묵묵히 상황을 주시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별다른 공개 일정 없이 침묵을 지켰다. 한 친한동훈(친한)계 의원은 “주말 동안은 조용히 있을 것 같다”며 “친윤석열(친윤)계처럼 똑같이 방어만 하진 못하겠지만 민주당의 부당한 공격은 막아내는 식으로 다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녹음 관련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 건 하나만 위해서 의총을 빨리 열어야겠다는 건 조금 더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 내부에서는 친윤석열(친윤)계의 방어와 비윤석열계의 비판이 혼재돼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2022년 5월9일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고 대통령 인수위법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도 아니어서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공무원의 당내 경선 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상 저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공관위에 의견 개진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의견 게시는 법률 위반이 아니니 법원 판결에 의해 명확히 확인됐다”며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30년지기 친구 당선이라는 사적 소원을 이루기 위해 청와대 직원을 동원하기도, 경찰에 하명수수 지지하지도,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려 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임이자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공천개입에 대한 키워드, 그리고 키는 그때 당시 이준석 당대표와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이 쥐고 있는 것”이라며 “그 분들이 아니라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밝혔다.
또 다른 친윤계인 권영세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그 당시에 공천이라는 부분에 대해 아직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치 시작하신지 얼마 안 돼서 세세하게 잘 모를 때 아니냐”며 “그냥 자기 의견을 얘기했을 정도라고 보여진다. 만약 대통령 당선인의 말로 영향을 미쳤다면 당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대표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도 옛날에 검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행위가 끝났을 때 범죄가 끝난다”며 “공무원이 선거 개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5월9일까지는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내 소장파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뭐래도 대통령의 육성으로 들리는 그 소리가, 그 소리 안에 공천과 관련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저는 굉장히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제부터 우리가 대통령의 실수나 과오에 대해서 위법성 여부를 다퉈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되는 지경에 이르렀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공천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실 해명에 관해선 “2시간인가 3시간 만에 나왔는데 그거 누가 믿냐”고 밝혔다.
일각에선 녹음 파일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한편 추가 폭로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강명구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등의 국정감사에서 “어제부터 (민주당이) 막가파식 폭로 일삼는 것 같은데 오늘 국감장에서 또 뭔가 녹취를 튼다고 한다”며 “칼이 벴다고 배 따고 들어와 사람 죽이는 것 아니다. 이건 민주당식 정치공작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이게 어떻게 녹음된 건지, 제3자 녹취를 한 건지, 어떻게 제보가 됐는지, 어떻게 녹음이 되고 어떻게 유촐돼 민주당 손에 들어간 건지에 대해 나중에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육성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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