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다며 늘려 놓더니'... 회계사 합격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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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32)씨는 올해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4년간의 수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당국의 말처럼 일부 미지정 회계사는 일반기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CPA 합격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대기업에서는 언제든 다시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CPA 합격자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라며 "회계사 자격증을 기재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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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채용 규모는 1000명 수준
금융당국·감사원 수요 예측 실패에
"150명 CPA 합격증 휴지조각 될 판"
김모(32)씨는 올해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4년간의 수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학 졸업 전후 문과 출신에 대기업 취업문은 쉽게 열리지 않아 전문직을 선택한 그였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주요 회계법인부터 중형 회계법인까지 취업 시장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내년 하반기 공채 시즌까지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결국 회계법인 인턴 자리부터 일반기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10시간씩 공부해 합격하고도 이러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고 푸념했다.
올해 CPA 시험에 합격했으나 회계업무를 수행할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1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수요예측에 실패한 탓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금융당국은 "CPA 합격이 꼭 회계법인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별도의 연수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CPA 선발인원은 1,250명으로 전년 대비 150명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비회계법인이 여전히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선발인원을 정했다. 지난해 8월 회계사 공급이 부족하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반영됐다.
하지만 그사이 업황이 악화하면서 앞선 전망만큼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대형 회계법인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는 약 840명을 뽑았으며, 중견·중소회계법인 등은 160명가량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에선 "합격생들이 꼭 회계법인이 아닌 일반기업 회계팀이나 공공기관 등 회계사가 필요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금융당국은 일부 공공기관에 CPA 채용을 독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선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인회계사법 제7조에 따르면 공인회계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려면 실무 수습 기관에서 2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무 수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하면 회계사 자격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일반기업이 채용하는 회계 인력은 주요 회계법인에서 3년 이상 실무를 마친 경력직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미지정 회계사들은 지난달 29일과 30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3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4일에는 감사원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당국의 말처럼 일부 미지정 회계사는 일반기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CPA 합격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대기업에서는 언제든 다시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CPA 합격자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라며 "회계사 자격증을 기재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수습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1년간 실무 수습을 할 곳이 없는 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감사원 모두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을 일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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