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의 극단적 표출"…강남 모녀 살인 박학선, 무기징역(종합)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4. 11.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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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오피스텔서 모녀 살해 후 도주
法 "존엄한 생명, 비가역적으로 침해한 범죄"
"교제관계 폭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
연합뉴스


"이 사건 범행은 이른바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되는 교제 관계에서의 폭력이 장시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엄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 살인 범죄는 존엄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하는 범죄입니다. 다른 범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살해한 박학선(6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학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박학선은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60대 A씨와 그 딸 3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범행 현장에서 즉사했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A씨는 박학선과 교제하던 사이였는데 사건 당일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박학선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도주한 박학선을 범행 13시간 만에 긴급 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박학선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박학선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박학선 "우발적 범행" 주장했으나…재판부 "계획 범죄"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우발적 범행'이라는 박학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획적 살인 범행"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박학선은 범행 전 A씨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게 하려고 A씨 소유의 휴대전화를 미리 빼앗았다"며 "이는 범행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범행 발각 시점을 늦추려는 준비 행위에 해당하고, 사전 범행 계획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어 "여러 사정을 비춰 봤을 때,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 문이 닫힌 직후 범행 실행에 착수했다"며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데에 준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일반 수색 과정으로는 찾기 어려운 정도로 은밀한 장소에 (범행 도구를) 숨겨뒀고, B씨의 휴대전화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는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은닉 방법을 사전에 대략적으로 구상했을 가능성 높다"고 밝혔다.

法 "박학선 범행,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

서울경찰청 제공

이날 재판부는 박학선의 범행을 살인 범죄 양형기준상 '비난 동기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비난 동기 살인'은 동기에 있어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을 의미하는데, 고소·고발·진술·증언·자료 제출에 대한 보복 목적의 살인 등을 뜻한다.

비난 동기 살인의 경우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18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위원회가 권고하고 있다.

재판부는 "박학선은 단지 A씨의 변심, 관계 청산 요구에 대한 앙심을 넘어서 B씨의 신고를 막기 위한 의도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발각이나 신고 우려로 인해 살인을 저지른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교제 폭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라며 "이 사건 범행을 일반 동기 살인보다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형과 관련해 대법원이 설시하는 법리, 과거에 사형이 확정됐던 사건 등 주된 양형 요소를 분석한 결과,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할 사유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사형이 정당한 이유가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형에 처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해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며 여생을 수감생활하며 보내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잇단 교제폭력…피해자 보호는 요원, 유족들은 고통

최근 사회적으로 교제폭력과 살인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제폭력만을 다루는 별도의 법률 없이 폭행이나 협박죄 등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피해자 보호조치도 미흡한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제폭력 피해자는 △2021년 1만 777명 △2022년 1만 2381명 △2023년 1만 2799명으로 2년 새 2천여 명 증가했다. 반면 피해자의 보호조치 활용률은 △2021년 34.1%(3679건) △2022년 25.7%(3180건) △2023년 24.7%(3157건)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날 선고 직후 피해자의 유족은 "다들 똑같다.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며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고 항소심에 간다면 사형이 구형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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