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길거리 한복판 관객들 몰렸다…'신개념 아트페어' 인기 [현장+]

최지희 2024. 11. 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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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인 서울 2024
디자인과 미술 함께 선보이는 페어
오는 3일까지 성수동 에스팩토리, Y173서 열려

공장 밀집지역, 옛 수제화 거리에서 브랜드 팝업과 트렌드의 성지가 된 곳 서울 성수동. 매장과 카페가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에 아트페어가 열렸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페어 '디파인 서울 2024'다. 성수동 에스팩토리와 Y173 두 공간을 무대로 예술 장터를 펼친다. 

디파인 서울은 지난해에도 성수동 상가와 공장을 개조한 장소를 아트페어가 열릴 공간으로 점찍었다. 치밀하게 계획된 고급 미술장터 대신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진입장벽 낮은 아트페어'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45곳의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부스를 내고 관객을 맞이한다. 25곳이 참가한 지난해 대비 참여 기관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디자인과 미술을 결합한 신개념 아트페어인만큼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 미술작품뿐만 아닌 침대, 식탁, 조명 등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페어가 진행되는 기간 성수동 일대는 디파인 서울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디파인 서울이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를 끈 데는 디자인 오브제가 큰 역할을 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성수동의 기존 공장과 상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부스를 차렸다. 화이트스톤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 유명 갤러리와 국내외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성수동 상가 공간 컨셉에 맞춰 부스 전시를 꾸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파인 서울'의 정체성을 담은 주제관은 스타 디자이너 양태오가 기획을 맡았다.  올해 양태오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3팀을 선정해 본전시장인 에스팩토리 1층과 2층에 전시장을 열어줬다. 그가 선정한 작가는 김대운과 최성일, 위켄드랩이다.

김대운은 점토를 활용한 오브제를 내놨다. 꽃을 꽂는 화병으로도, 장식용 소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작품이다. 최성일은 메쉬 소재를 사용해 작업을 펼쳤다. 힘을 가하는대로 구부러지는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특별한 가구를 만들었다. 뼈대를 말랑하게 만들고 그 위에 겹겹이 고무 레이어를 씌운 것. 강렬한 붉은 색감으로 마무리한 그의 가구는 현장에서 많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은지와 이하린 2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 위켄드랩은 실험적인 설치작을 선보였다. 자개와 타월, 빈 박스 등으로 가구와 서랍장을 만들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박스로 만든 가구 위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전시 관계자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곳은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지오파토 앤 쿰스' 부스였다. 다양한 형태의 조명 오브제를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의 조명을 선보이며 매니아층을 끌어모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페어에는 유리 방울 형태의 대형 조명, 베네치아 호수의 안개 낀 풍경을 조명으로 만든 작품들이 나왔다. 모두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한 작업이다. 

조명은 모두 협탁, 서랍 등 평범한 가구와 함께 전시됐다. 관객들로 하여금 내 집에 놓일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기 위한 연출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컬렉터는 “더 사기 전에 이 부스를 빨리 떠나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에스팩토리에서 약 5분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 Y173에는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이 디파인 서울 2024를 위해 꾸민 특별전이 이뤄지고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소파 '자리'와 '소반'이다. 넓은 전시장 바닥에는 새까만 언덕이 솟아올랐다. 마치 낮은 산처럼 보이는 설치작들은 모두 앉을 수 있는 의자다. 관객 누구나 등을 대고 작품에 앉아 쉬어갈 수 있게 공간이 꾸며졌다. 이날도 작가의 작품을 깔고 앉은 관객들이 번잡한 성수동 거리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제기됐던 동선이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주최측의 노력도 보였다. 작년 첫 페어 당시 “부스가 차려진 건물 사이 거리가 멀어 도보로 20분 이상 소요된다”는 관객의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까운 건물을 2곳을 선정해 부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한데다 부스 사이의 거리가 좁아 한 작품을 오랜 시간 감상하거나 즐기는 건 여전히 어려운 페어다. 성수동이라는 지역과 상가라는 건물 특성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행사는 3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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