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을 사랑한 작가…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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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키 작은 생명들을 들여다보며 삶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생명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흙이라고는 한 줌 없는 돌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그들은 수분을 길어 올리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기막힐 따름입니다. 그곳에 있는 한 나는 정녕 자유로웠습니다."
제주의 바람과 자연이 만든 갤러리,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관장 박훈일)에서는 그가 남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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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키 작은 생명들을 들여다보며 삶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생명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흙이라고는 한 줌 없는 돌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그들은 수분을 길어 올리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기막힐 따름입니다. 그곳에 있는 한 나는 정녕 자유로웠습니다.”
제주의 바람과 억새, 오름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자유로웠던 사람. 제주도를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해 열병을 앓았던 그의 작품에선 섬사람들의 외로움과 절망이 보이고, 제주의 생명력과 어머니의 부드러운 푸근함이 보인다.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에게 제주도는 그 자체가 ‘이어도’였다. 생전 그는 그 이어도를 찾아 헤맸다.
제주의 바람과 자연이 만든 갤러리,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관장 박훈일)에서는 그가 남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두모악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가 1일 다시 개관했다. 두모악은 2002년 8월께 개관해 제주의 자연을 느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 작가는 루게릭병을 앓다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은 두모악에 남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충남 출신의 김 작가는 “초원에도, 오름에도, 바다에도 영원의 생명이 존재한다”며 1982년 처음 제주도를 봤을 때 첫눈에 반해 열병을 앓다가 3년 뒤인 1985년 2월 제주에 정착해 제주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이제 쉽게 볼 수 없다.
두모악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갤러리 내외부 시설 정비와 보수공사 등을 이유로 휴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원들 인건비가 밀리는 등 운영난이 커진 게 더 큰 이유다. 아직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두모악을 찾는 이들과의 약속 때문에 다시 문을 열었다.
두모악은 이날 재개관하면서 김영갑의 작품으로 2개의 전시를 마련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내가 본 이어도 시리즈’ 중에서 27점을 골라 ‘잃어버린 이어도’라는 이름으로 하날오름관에서, ‘마라도’ 작품집에서 33점을 추려 두모악관에서 선보였다.
생전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무,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력한 순간을 위해 같은 장소를 헤아릴 수 없이 찾아가고 또 기다렸다”며 “절망의 끝에 서니까 제주도를 들여다볼 수 있고, 제주 토박이 마음을 볼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이어도는 변했다. 그는 ‘잃어버린 이어도’에서 이렇게 썼다.
“나에게는 탐라인들이 보고 느꼈던 고요와 적막, 그리고 평화를 다시금 고스란히 보고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비밀화원이 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웃고 울다가,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의 비밀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비포장의 도로가 아스팔트로 뒤덮이더니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전봇대가 세워지고 펜션이 들어서더니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중장비 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어느덧 고요와 적막은 사라지고 마침내 평화로움도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김 작가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박훈일 관장은 “문 닫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모악을 사랑하는 관람객들과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개선된 것은 없지만 일단 문을 열기로 했다. 장기적인 대안을 지금 찾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수장고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 장마철이 오기 전, 선생님의 20주기 전에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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