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10월 주담대, 1조원 느는 데 그쳤다…가계대출 '진정세'

5대 은행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감액 추이/그래픽=윤선정

지난달 대형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조원 가량 느는 데 그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금리인상과 각종 대출 제한 조치 등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효과를 봤다. 금융당국의 가계빚 억제 기조에 은행권은 연말까지 대출을 더 조일 예정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지난 9월 말보다 1조923억원 증가한 575조66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월간 기준 증가액 최대치(8조9115억원)를 새로 쓰고 9월에도 6조원 가까이 불었던 게 한풀 꺾였다.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가계대출 잔액도 732조812억원으로 한 달간 1조1141억원 느는 데 그쳤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지만 지난 7월(7조1660억원)·8월(9조6259억원) 폭증했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진정됐다. 전세대출 잔액도 1892억원 늘어 전달(2128억원)보다 증가폭을 줄였다.

지난 9월부터 실시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 2단계에 더해 각 은행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축소로 주담대 문턱을 높여왔다. 시장금리(금융채 5년물)도 지난달 동안 3.159%에서 3.292%로 올랐다. 이에 5대 은행의 고정형(5년)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75~6.15%로 지난 9월 말(3.64~6.15%)보다 하단이 0.11%포인트(P) 높아졌다.

5대 은행은 대출모집인의 대출 취급도 중단하거나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면 은행 영업망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잠재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대출이 유입되는 핵심 경로를 차단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도 식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달보다 35% 급감했다.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도 10월 둘째 주 0.11%→셋째 주 0.09%→넷째 주 0.08%로 이달 들어 지속해서 둔화하는 중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8450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3880억원 증가했다. 전달 증가폭(9억원)보다 컸는데 증거금 12조원이 몰린 더본코리아 IPO(기업공개) 청약 공모 등이 영향을 줬다. 지난달 30일까지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 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가 이튿날인 31일 청약금이 반환되면서 증가폭이 줄었다.

'대출 한파'는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상품 9종의 신규·증액 시 한도를 연 소득 내로 제한한다. 전날부터는 일부 신용대출 상품을 연말까지 취급 중단했고 지난 25일부터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우대금리 혜택도 삭제·축소했다.

국민은행은 전날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가계대출 수요 억제 조치를 완화하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폭이 가장 컸던 농협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키로 했다.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 감면으로 빠른 상환도 유도한다. 고금리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기도 하다. 우리·신한·IBK기업은행 등은 이달 동안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을 전액 감면키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9월 실시한 스트레스 금리 2단계와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조치가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졌다"며 "연말까지 대출 총량을 더 줄여야 해서 대출 영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