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항소심 재판부, 김은혜 증인 신청 기각

김은혜 의원,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미 의회 발언 아니라고 尹에게 확인'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MBC.

외교부와 MBC의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소송 항소심에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발언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전 수석이 진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MBC 측이 제기한 김은혜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는 1일 정정보도 청구 소송 항소심 3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MBC는 지난 7월 항소심 첫 변론기일 당시 문제의 발언이 나오고 15시간 이후 나온 대통령실의 첫 공식 입장을 총괄했던 홍보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사실확인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며 김은혜 의원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 채택을 김 의원의 진술서 제출로 대체하기로 했고, 지난 9월 2차 변론에서 외교부 측은 진술서 대신 비속어 논란이 나온 지 15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공식 해명하기까지 김 의원이 한 일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MBC 보도가 허위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합당한지 외교부 측이 입증해야 한다며 재차 김 의원이 진술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달 10일 재판부에 4페이지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진술서에서 21일 뉴욕 현지 시간 밤 11시 경 MBC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확인했고,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대한 발언이 아니라며 구체적으로 얘기해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내용을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공유해 김 실장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의원이 주장한 밤 11시에서 한 시간 후인 자정 무렵 진행된 김성한 실장 브리핑에서 김 실장은 “사적 발언에 대해서 외교적 성과로 연결짓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든 국익을 위해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런 일로 외교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MBC를 제외한 4개 방송사 취재 기자들을 교차 검증한 기록물을 실은 격월간지 '방송기자'(방송기자연합회 발행) 2022년 11·12월호에 따르면, 김 실장의 브리핑엔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이 없었기에 현장 기자들은 '이새끼' '쪽팔려' '바이든' 등의 내용이 들어간 언론사 자막에는 문제가 없음을 대통령실도 시인했다고 받아들였다.

이후 현지시간(22일) 오전 김은혜 의원은 재차 브리핑을 진행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이 새끼들” 발언은 미국 국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가리킨다고 반박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논란이 불거지고 약 15시간만에 밝힌 첫 반박성 해명이었다.

재판부의 증인 신청 기각에 MBC측은 “(추가) 주장을 정리해 제출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새로운 주장이 있는 것이냐 묻자 MBC측은 “증인신문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기각됐기 때문에 다음 기일에 준비해서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내달 13일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MBC는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후 회의장을 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고 자막을 달아 처음 보도했다. 이어 주요 방송사들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을 게시했고 2022년 12월19일 외교부는 “MBC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며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 발언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 자막을 붙인 MBC 보도를 허위라고 봐야 한다며 외교부 손을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음성감정 결과 '바이든' 부분은 판독 불가라는 감정 결과에도 MBC에 “(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라는 정정보도를 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