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란 영사관 전부 폐쇄···이란계 독일인 처형에 반발
슈피겔 “징벌적 조치 예상보다 가혹”
이란, 주재 독일 대사 소환해 항의
독일 정부가 이란 당국의 독일인 사형 집행에 반발해 독일 내 이란 영사관 3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뮌헨, 함부르크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독일 시민의 처형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이란에 여러 차례 분명히 알렸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란 정권은 (사형 당한) 잠시드 샤르마흐드뿐 아니라 다른 독일인도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다”며 “이들과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란의 모든 사람을 위해 외교 채널과 테헤란의 대사관은 계속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영사관 3곳의 직원 32명은 독일을 떠나야 한다. 다만 베를린에 있는 이란 대사관은 계속 운영한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은 전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란 국적자는 약 30만명이다.
이란 당국은 2020년 여름 테러 혐의로 체포한 독일 이중국적자 잠시드 샤르마흐드에게 지난해 사형을 선고하고 지난달 28일 집행했다. 테헤란에서 태어나 7세에 독일로 건너온 샤르마흐드는 테러조직 ‘톤다르’를 이끌며 2008년 14명이 숨진 이란 시라즈의 모스크 테러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
독일 정부는 샤르마흐드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사형 선고를 취소하고 석방하라고 요구해왔다. 샤르마흐드의 가족은 그가 무죄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그는 재판을 받는 동안 변호사를 스스로 선임할 수 없었다고 전해졌다.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란 정부는 이번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테헤란 주재 독일 대사를 소환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독일 정부의 조치는) 정당화될 수 없는 비이성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샤르마흐드 사형 집행 이튿날 “독일 여권이 테러 범죄자는 물론 누구에게도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슈피겔은 이날 독일 정부의 영사관 폐쇄 조치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가혹하다”며 “지금까지 연방 정부가 이런 징벌적 조처를 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는 앞서 독일 외교관을 추방한 러시아에 대응해 러시아 영사관 4개를 일괄 폐쇄한 적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이란과의 외교 관계가 이미 바닥 수준인 데는 이유가 있다”며 유럽연합(EU)이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지난해 초부터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혐의 등을 들어 테러 단체 지정을 논의해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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