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김영선에 줘라" 육성, 박근혜 선거 개입보다 심각?
박근혜 판결문 통해 본 윤 대통령 행위 위법성…육성 존재 유무 차이 뚜렷
이언주 "본인이 박근혜 기소 해놓고 본인도 개입? 내로남불…위법 더 심각"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날 명태균씨와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하라고 했으며, 말이 많더라고 언급한 육성이 드러난 것을 두고 대통령으로서 심각한 법률 위반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대통령의 선거개입으로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있다. 2018년 판결 사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룬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의 2018년 11월21일 판결문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범행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세력을 배척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새누리당 내에서의 공천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정무수석실을 통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선거 및 경선 전략을 수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개입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공천룰이 공천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 '당내 경선운동'을 함으로써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이 행위를 두고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인 존재',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및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고,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선거의 공정성과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서 범행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단순히 선거 판세를 분석해 국정 수행에 참고할 목적이었다고 주장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정무수석 등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사건이며, 기소 검사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2년 취임 하루전인 5월9일 명태균씨와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하루 전에 특정인에 공천을 주라고 얘기했다고 시인한 육성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본인 육성은 공개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행위의 증거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과 여권에서는 대통령도 당원의 한 명으로서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나온다.
이를 두고 오히려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변호사 출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 맥락상 자율적 의견의 표명이라기 보다 '당에서 말이 많았음에도 즉 반발하였음에도 사실상 밀어붙여 관철시켰다'고 보이므로 더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밖에 볼 수 없고, 이번 건은 박근혜 대통령 때 보다도 더 특정인을 콕 집어서 공천을 지시하였다는 점에서 공천개입의 정도가 더 강했다고 보여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박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의 탄핵소추안에도 안 들어있던 공천 개입 사건을 직접 새로 추가해 기소하기까지 한 점을 들어 “그랬던 그가 알고보니 대통령에 당선되고 임기를 막 시작하려던 시기에 대담하게도 공천에 직접 개입하였다는 점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로남불도 어찌 이런 내로남불이 있을 수 있으며, 어찌 그리 뻔뻔할 수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공무원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라 선거법 적용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엄격히 금지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헌법정신에 비춰볼 때 가장 권력이 막강하던 당선인 신분에 그 범법행위가 개시되어 대통령이 된 후에 완료됐다고 해서 책임이 가벼워지거나 처벌을 면한다면 말이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신분이 뭐였건 업무방해죄, 헌법상 정당활동의 자유 침해는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법률위반은 임기 중에 형사소추가 정지되므로 여전히 공소시효가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지난달 30일 공지를 통해 “우선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고 둘째,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으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고 밝혔다. 또 “윤 당선인과 명태균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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