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사업 초토화… 中 기업들, 탈출 계획 세운다
3분의1 “관세 인상시 中 공장 폐쇄·이전”
中 상무부, 같은 날 정반대 조사 결과
절반 “中 시장 매력 증가했다” 응답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시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중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관세 인상이 실현될 경우 공장 폐쇄, 해외 이전 등에 나설 수 있다며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외국인투자 등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자국 업황이 긍정적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투자 심리 단속에 나섰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4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트럼프 당선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조사는 지난 8~9월 실시됐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였던 2018년 수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번에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UBS는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은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 향후 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응답자 대부분은 관세가 60%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3분의 1은 관세 인상이 실현되면 중국내 공장을 폐쇄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SCMP는 “이전 조사에서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가 4분의 1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미 다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수출 가격을 낮추고, 공급망을 이전해 위험을 완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했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이미 생산 및 자본 지출의 약 40%를 해외에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업황 역시 부정적이었다. SCMP는 중국 사업 부문의 내수 주문, 이익 마진, 가격 결정력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본 응답률이 이전 조사에 비해 늘어났다고 했다. 반면 앞으로 중국내에서 자본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응답률은 줄었다. UBS는 “올해 지속적인 회복으로 수출 주문이 성장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세 인상으로 인해 이러한 회복세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아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중간 무역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해리스는 관세 추가 인상엔 반대하지만, 지금의 고율 관세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체적인 경기 부진에 미국 대선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중국내 외국인투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올해 1~9월 대(對)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6406억위안(약 12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4%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 심리를 단속하고 있다. UBS가 보고서를 발표한 같은 날, 중국 상무부 산하의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400여개 외국자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3분기 중국 외자 비즈니스 환경 조사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이 조사에서 중국에서 자본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20%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분기 조사 대비 2.0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특히 조사에 응한 기업 중 50% 가량이 ‘중국 시장의 매력이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이 중에서 유럽 기업의 비중이 47.92%로 지난 조사보다 5.42%포인트 늘었고, 미국 기업 비중도 15.26%포인트 증가한 6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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