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尹, ‘오월동주’ 한동훈의 선택은
‘명태균 녹취’ 입수한 野…더 세진 ‘김건희 특검법’ 압박
‘국민 눈높이’ 강조하는 韓…용산과 민심 사이 ‘딜레마’ 관측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겹악재'에 휘말리며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민심이 악화한 끝에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명태균 통화 녹취록'을 민주당이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천개입' 논란까지 발화했다.
여권은 '야당의 과장된 마타도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 일각에는 '공멸'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TK도 외면…20%선 무너진 尹지지율
국민 10명 중 윤 대통령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이 단 2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1일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0월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9%로 조사됐다. 이는 취임 후 30개월 만에 최저치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2%p 오른 72%로 취임 이래 최고치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국정을 흔든 진앙으로 지목됐다.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17%)가 또 다시 가장 많이 거론됐다. 김 여사 문제는 3주 연속 부정평가 최상위를 기록 중이다. '경제/민생/물가'(1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소통 미흡'(이상 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보수 텃밭' 민심이 심상치 않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가 18%에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19%)을 밑도는 수치다. TK에서의 부정 평가는 69%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PK) 역시 긍정 평가는 22%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69%에 달했다.
'나이 든 세대는 보수 정권을 지지한다'는 편견에도 금이 갔다. 이번 조사에서 60대에서는 긍정 평가가 24%(부정 평가 66%)에 그쳤고, 70대 이상에서도 부정 평가가 47%로 긍정 평가(41%)보다 높았다. 20대(18~29세)부터 50대까지 긍정 평가는 5% 아래로 나타났다.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의 박 전 대통령 지지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44%로 동률이었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이 향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명태균 통화 녹취 파문' 영향은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 기간 사흘 중 마지막 날인 10월3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윤 대통령과 명태균 통화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는데, 그 반향은 차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10%선'으로 추락하면서, 정치권에선 '레임덕'(대통령 권력의 조기 누수 현상) 가능성이 언급된다. 가뜩이나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에서 '민심'마저 돌아선다면, 대통령이 공약을 실행할 동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란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0%대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용산서 '바람' 맞은 韓…메시지 고심
대통령실과 여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윤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 추가 확산 방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명태균 통화 녹취'로 불거진 공천개입 논란은 과장된 낭설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에 공천 개입, 선거 개입과 같은 불법 행위를 한 바가 없다"며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입증되지 못하고 있는 (야당의) 일방적인 정치 주장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는)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부분"이라며 '당선인 신분으로 이뤄진 통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의 법률 검토 결과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한(親한동훈)계에서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도,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명씨의 통화 녹취와 관련해 "굉장히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대응할 방법이 참 난감하다"며 "내용을 모르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집권 여당이니까 아무래도 보호를 해야겠다, 쉴드를 친다고 하는데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괜히 이걸 쳤다가 전혀 엉뚱한 이야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면 당도 함께 무너져 내릴 것 아닌가"라 우려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위기론이 번지는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 통화 녹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이기에, '전광판'을 보고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내 친윤계의 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야당의 '특검법' 공세에 힘을 싣거나,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계속 반대할 수도 없고, 이재명 대표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 대표가 변화에 시동은 걸었지만 대통령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의원들에게 '제3자 특검법' 조차 설득하지 못할 만큼 당내 세가 부족하다. 이 상황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거나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11.1%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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