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의혹’ HSBC 첫 공판서 “혐의 전부 부인”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콩 HSBC 법인 측이 1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HSBC는 지난 3월 28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만들어진 후 첫 기소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김상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HSBC와 박모씨 등 소속 트레이더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홍콩에 위치한 HSBC 지점의 모습./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HSBC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들은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로부터 매도 스왑을 주문받은 후 차입한 주식이 없음에도 국내에 있는 지점을 통해 호텔신라 등 9개 상장사 주식 31만8781주(157억8468만원)를 공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것으로, 일단 매도한 뒤 나중에 주식을 빌려서 주겠다는 일종의 신용 거래 방식이다. 자본시장법 180조는 ‘미리 빌려둔 주식을 이용한 공매도’(차입 공매도)를 제외한 모든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그럼에도 HSBC가 주식 차입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HSBC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보유 또는 차입한 주식을 초과하는 주문이 한국거래소에 제출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이는 은행 잔고관리 시스템을 준수하도록 소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인 법 위반을 할 유인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변호인은 “자본시장법상 무차입 공매도로 기수(범죄가 성립되는 것)가 되기 위해선 주문이 실제 매매 계약으로 체결돼야 한다”면서 “주문 행위 자체만으로 법 위반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진 증거 신청 절차에서 재판부는 “‘법무부, 법제처, 금감원의 법령 해석을 증거로 신청하겠다’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은 사실을 말하는 곳이고 증거 신청은 사실 관계에 대해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법무부나 법제처, 금감원 직원에게 법률 해석을 받아 이를 재판부에 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대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행 공매도 거래 규정이 공매도 하기 전에 매도할 주식을 확보하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에는 무차입 공매도로 본다는 것을 재판부도 안다”면서 “그게 주문 행위만으로 기수가 되는지 계약 체결돼야 기수되는지는 검사와 다른 생각과 다르긴 하지만,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판단 시점은 주문 체결하기 전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