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타인 성적 지향 강제로 드러내고 비방하면 명예훼손"

개인의 성적 지향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드러내고 비방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지난 2018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이 나온 기사를 인용하면서 피해자가 다자간 연애를 뜻하는 폴리아모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목사 서모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서씨는 피해자를 향해 "세상에는 보편적 도덕 가치가 있고,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보고 듣고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의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블로그에 썼습니다.

검찰은 이 글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해 서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하면서 "서씨의 글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이 옳지 않다는 걸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비방하는 것을 주요한 동기나 목적으로 해 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도 "널리 알려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피해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피해자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게시했다"며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52023_364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