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죽여서 당대표 살리자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운영위원장에게 증인선서문을 전달한 후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파일에 공개된 데 대해 “정치적, 법적,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녹취 내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대통령실이 확인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녹음파일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난 취임 이후 2년 동안 계속돼온 ‘대통령 죽여서 당대표 살리자’라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의 지속된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등의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가 명백한 불법 공천개입 사실이 드러난 내용이라고 규정하고 단정지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 공천개입, 선거개입과 같은 불법 행위를 한 바가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당으로부터 어떤 건의나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개입과 관련된 어떠한 지시를 내린 바도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녹취에 나와 있는 윤 대통령의 목소리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는 박찬대 운영위원장 질의에 “목소리의 주체인 명씨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전혀 선거개입, 공천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고 그 녹취도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내용은 잘렸다고 증언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녹취 내용은 일방적인 민주당의 정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경위를 두고는 “취임식 전날 명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경선 무렵에 관계를 끊었다가 취임식 전날 수많은 사람이 전화 온 것 중 1명이다. 축하전화를 짧게 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질은 명씨의 조력을 중간에 끊었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매몰차게 끊으셨다고 한다. 경선 룰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 ‘앞으로 나한테도 전화하지 말고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마’하고 딱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정 실장은 다만 “대통령은 매몰차게 명씨를 끊었지만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그렇게 못하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남편 몰래 명씨를 달래고 좋게 좋게 얘기해서 선거를 끝까지 끌고 가고 싶은 게 가족의 심리 상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도 없고 갑자기 대통령 출마를 하게 됐는데 김종인 박사, 이준석 대표 등 유명한 정치인들을 많이 아는 사람이 이러이러한 관점으로 얘기하면 솔깃하지 않나. 초반에 그런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이걸 선택적으로 발췌해 공천개입, 선거개입라고 규정짓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과도한 정치공세”라며 “이 모든 것이 지난 취임 이후 2년 동안 계속돼온 ‘대통령 죽여서 당대표 살리자’라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의 지속된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명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윤종군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선 과정에서 명씨와 교류하거나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이야기”라며 “거짓말이라고 등식화시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분명히 기억에 의존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공천개입, 당무개입이 기억에 남을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정도 급이 돼야 기억에 남을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냐”고 맞받았다.

정 실장은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한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헛발질한 게 아니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대부분 판례에 의하면 이런 정도의 ‘누구 누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 개진은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과 당시 당대표인 이준석 의원도 김영선 당시 후보를 공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언급하는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그해 5월9일 통화에서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하도록 당에 전했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명씨는 이에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의 통화 다음날이자 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10일 김 전 의원의 해당 지역구 공천을 확정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