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벼랑 끝…한동훈은 동훈서답

한겨레21 2024. 11. 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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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전자' 무너진 소식에 이러다 삼성도 나라도 망하겠다 싶어 쌈짓돈을 털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사 말 외에는 아무 말도 안 듣는 대통령을 이 시국에 그나마 협박하거나 달랠 여지가 있는 사람은 여당 대표인 한동훈뿐이다.

한동훈 대표는 링에 올라서는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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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추진하는 큰 싸움 해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024년 10월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열린 ‘역면접×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 행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6만 전자’ 무너진 소식에 이러다 삼성도 나라도 망하겠다 싶어 쌈짓돈을 털었다. 나름 큰돈 직접 투자는 처음이다. 나와 같은 ‘애국 개미’들이 제법 있는지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는 며칠 멈칫했다. “고맙다 얘들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난 세기 금 모으기 때는 마음만 웅장했을 뿐 금이 없어 못 내놓았다. 내가 한 애국이라고는 2002년 월드컵 때 집에서 선글라스 끼고 경기를 본 게 다다. 그간 내가 실시간으로 본 주요 국가대항전마다 다 지는 바람에 찾아낸 ‘애국의 길’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가 한반도로 옮겨올까 두려운 지금, 새삼 절감한다. 무탈하고 멀쩡한 나라의 고마움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나친 용맹함’이 연일 불안하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좌시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며 앞장서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충고도 “미국 뜻보다는 국익이 중요하다”며 무시한다. 그 국익을 왜 북한 반대, 전쟁 불사로 찾나. 맹목적인 몰입 모드다. 게다가 주변에는 호전적인 인사만 득시글하다.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 된 이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민 말을 듣길 하나 야당 말을 듣길 하나. 여사 말 외에는 아무 말도 안 듣는 대통령을 이 시국에 그나마 협박하거나 달랠 여지가 있는 사람은 여당 대표인 한동훈뿐이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보니까 그리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링에 올라서는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 대통령과 독대해서 그토록 ‘정성스러운 푸대접’을 받은 뒤,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졌는데 뭘 어떻게 할지는 도통 모르는 것 같다. 주춤대고 머뭇대면서 무슨 싸움을 하나. 맞을 각오 없이 무슨 수로 주먹을 휘두르나.

그는 2024년 10월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에 “관성대로 하면 좋겠지만 문제 해결이나 진전을 위해서는 돌다리를 건너뛰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로 “변화와 쇄신”을 하겠다고 했다. 멋진 말인데 아무 말도 아니다. 지금 그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나 ‘쇄신’은 당내 중진들과 찌그럭찌그럭하는 게 아니다. 그는 ‘김건희 특검’ 질문에는 특감(특별감찰관)을 강조하며 ‘동훈서답’ 했다. 당내 이견과 갈등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민심에 따르는 과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조차 없다고 비교우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 야당보다 나으면 다 되나. 여당 대표는 말재주를 부리거나 정신 승리를 할 자리가 아니다. 진짜 전운에 진짜 ‘돌격 앞으로!’를 외칠 태세인 대통령 치하에 말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은 이미 아슬아슬한 폭탄이다. 상당수 민심은 당장 끌어내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끓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지지율조차 지지한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의 반영이다. 그 바탕이 소신이건 공포건, 저마다 애국하는 마음일 것이다.

징검다리 몇 개 건너려 하지 말고 강을 통째로 건너길 바란다. 대충 고치려 헛심 쓰지 말고 말리고 멈추게 해야 한다. 특감 아닌 특검을 추진하시라.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시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시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함께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나서시라. ‘의인 열 명’만 있으면 된다. 한동훈 대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가 살길이기도 하다. 애국하자, 한동훈.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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