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욕심 없다” 손아섭 “어른 되는 과정, 지켜봐주시라” 박건우··· 신임 감독도 걱정 덜었다, 다시 시작하는 두 베테랑

심진용 기자 2024. 11. 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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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NC 다이노스 제공



박건우. NC 다이노스 제공



NC 손아섭(36)도 박건우(34)도 2024년은 낯선 한해였다. 데뷔 이후 큰 부상 없이 비교적 평탄하게 커리어를 이어왔던 두 사람이 올해 차례로 경기 중 그라운드 위에서 쓰러졌다. 손아섭이 지난 7월 4일 수비 도중 충돌 이후 부축을 받고 나갔고, 20여 일 뒤인 같은 달 26일 박건우가 투구에 손등을 맞고 다시 실려 나갔다. 이후 두 사람은 하염없는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풀타임 데뷔 이후 매년 100경기 이상 출장했는데 올해는 84경기(손아섭), 89경기(박건우) 출장에 그쳤다.

힘겹게 순위경쟁을 버텨냈던 NC는 타선의 주축인 두 사람이 빠진 이후 속절 없이 추락했다. 긴 연패를 겪었고,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부상 재활 중인 두 사람은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손아섭은 31일 이호준 신임 감독 취임식 후 취재진과 만나 “내가 있었다면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야구는 그런 종목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긴 연패 동안 내가 엔트리에 있었다면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벤치클리어링도 있었다. 내가 있었다면 가장 먼저 달려 나갔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박건우도 자기가 빠져서 NC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부상 때문에 야구를 하지 못하는 게 낯설었고 힘들었다. 박건우는 “야구를 안 하는 게 아니고 못 하는 상황이 되니까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돌아봤고, 그러면서 야구가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박건우에게 부상 기간은 또 다른 공부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수석코치님한테도 연락이 왔었다. ‘지금 팀의 문제가 무엇 같으냐’고 물으셨고, 한편으로 ‘그런 걸 생각하면서 네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매일 야구를 보며 이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카운트에서 치는 게 맞을까 아닐까 그런 걸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아섭과 박건우는 FA 이적생이다. 2022년부터 NC에서 뛰었다. 박민우, 권희동 등 다른 베테랑들과 달리 이호준 신임 감독과 큰 접점이 없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감독을 맞이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감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간 인연이 깊지 않았던 베테랑과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적잖은 고민이다.

이호준 감독은 일찌감치 ‘고정 지명타자는 없다’고 선언했다. 지난 2년간 지명타자로 꾸준히 출장했던 손아섭에게 부담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는 말이었다. 박건우는 전임 강인권 감독과 워크에식 이슈로 갈등이 있었다. 봉합은 잘 됐지만, 새로 부임한 사령탑 입장에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두 베테랑과 1대1 면담을 앞두고 이 감독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반응은 또 어떨지 적잖이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 손아섭도, 박건우도 먼저 나서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아섭은 ‘지명타자 욕심은 없다. 우익수든 좌익수든 어디든 괜찮으니 시켜만 주시라’고 했다. 박건우는 ‘바깥에서 비치는 모습에 오해도 있다. 저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들 더 신경 쓰고 더 많이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이호준 감독은 “걱정도 했는데 너무 기뻤다. 둘 다 훈훈하게 면담을 잘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손아섭은 당초 시즌 아웃이 전망됐지만, 부상 후 80여 일 만인 9월 말 복귀했다. 선발로는 시즌 최종전 1경기만 나갔고, 나머지 4경기는 대타로 1~2타석만 소화했다. 애초에 기록 욕심 때문에 복귀한 게 아니었다. 손아섭은 “무조건 복귀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재활하면서 그게 가장 큰 동기부여였다”고 말했다. 손아섭보다 재활 기간이 더 필요했던 박건우도 어떻게든 복귀를 하려고 했다. 손아섭과 복귀 시기를 의논하던 공필성 당시 감독 대행에게 먼저 다가가 “저도 뛸 수 있다. 대주자로라도 나가고 싶다”고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부상 공백이 길었던 만큼 손아섭도 박건우도 예년보다 더 확실하게 내년을 준비하려 한다. 손아섭은 지난 2년간 팀 전지훈련보다 한발 빠르게 미국에 나가 LA 강정호 야구 아카데미에서 기술 훈련을 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빠르게 미국으로 갈 계획이다. 부상이 길었던 만큼 기술 훈련 대신 몸을 만드는 데 더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트레이닝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고, 도움받을 전문가도 찾는 중이다. 박건우는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는 게 일단 과제다. 뼈는 다 붙었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다. 박건우는 “전지훈련 전까지 강하게 방망이 돌릴 수 있을 정도까지는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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