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폭우 사망자 158명으로 늘어···늦은 대피령이 피해 키웠다
실종자 규모 파악 안 돼…이번주 다시 비 예보
스페인 남동부를 강타한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58명으로 늘어났다. 8시간 동안 20개월치 비가 쏟아진 기습 폭우에 주민 대피령도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 구조 당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현재 발렌시아 지역의 사망자가 15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인근 카스티야 라만차에선 2명, 안달루시아에선 1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이는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구조 당국이 급류에 휩쓸린 자동차와 물에 잠긴 건물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접근조차 못한 현장도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당국은 실종자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발렌시아 주요 도로에서는 수천대에 이르는 자동차가 두꺼운 진흙탕에 처박힌 채 옴짝달싹 못하고 있으며, 도로 침수가 시작될 때 미처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한 이들의 시신도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부 장관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차량 안에 사망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생존자 수색을 위해 51개의 수색견팀, 15대의 헬기와 18대의 드론을 동원했으며 군인 1200여명도 수해 현장에 배치했다. 집 안에 갇힌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300대의 대형 차량도 배치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기상청은 이번 주 안에 비가 다시 온다고 예보했다. 다만 기상청은 위급한 상황은 지났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남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발렌시아주 일부 지역에선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지난 20개월치 강우량보다 더 많았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선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가 되는 양이 하루동안 쏟아졌다.
특히 발렌시아주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됐으나 치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범람한 물이 그대로 주거 지역을 덮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기습 폭우에 대피령이 늦어진 점도 피해를 키웠다. 발렌시아주의 사망자 155명 가운데 거의 절반에 달하는 62명의 희생자가 나온 도시 파이포르타에선 급류가 주택가를 덮치고 나서야 대피령이 발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포르타는 폭우로 강둑이 터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당일 오전 7시30분 발레시아 남부 해안에 주황색 경보를 발령한 뒤 최고 단계인 빨간색 경보로 격상했으나,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가 전달된 시점은 오후 8시쯤이었다.
이 도시 시장인 마리벨 알바라트는 “대피 경고는 없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지대로 옮기기 위해 차고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현지 방송사 TVE에 말했다.
이 지역 주민 레티시아 카르도나 테루엘은 가디언에 “무릎까지 물에 차오른 후에야 공식적인 경보가 울렸다”며 “모든 것이 파괴됐다.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종말과 같은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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