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용’ 소년공 출신 변호사…“청년 변호사들 활로 위해 앞장”
‘파란만장’ 인생 역정…로스쿨 고학
‘변호사 중 유일’ 대한변리사회 대의원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시대, 소년공 출신 변호사가 있다. 사법고시가 아닌 변호사시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박병철(49·변호사시험 6회)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이 주인공이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던 박 변호사는 두 번의 사업 실패 후 우연한 계기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흔히 로스쿨이 부를 쉽게 세습하는 수단이라고들 생각하는데, 로스쿨은 정말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두고 있다”며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털어놨다.
“주야간 3교대로 일했는데, 업무 강도가 어마어마했어요. 기본 8시간 근무에 2.5시간 조기 출근, 2.5시간 잔업을 한 뒤 공장 기숙사에 돌아와 지쳐 쓰러져 자고, 눈뜨면 출근하는 것을 반복했죠.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부업으로 보험 영업도 했습니다.”
공장에서 왼손이 기계에 찍히는 변을 당했다. 지금도 꿰맨 상처 자국이 선명하다.
박 변호사는 벤처 붐이 일던 1990년대 말 벤처 사업가에 도전했다. 1999년 무작정 서울에 와 정보기술(IT) 관련 창업을 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2000만원을 빌려 보증금 3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운 좋게도 여러 곳에서 투자받고 직원들을 구했죠. 인맥도, 배운 것도, 기술도 없는데 쉬울 리가 있나요. 결국 투자자에게 뺏기고 빈손으로 내쫓겼습니다.”
그 후 한동안 ‘블랙박스’와 같은 암흑기를 보냈다. 승합차로 전국을 돌며 노점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중국을 오가며 소형 가전제품 유통업을 했는데 끝내 파산했다. 4인 가족의 가장인 그는 월 52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런 그가 로스쿨에 간 건 우연이었다. “형은 로스쿨에 가야 돼. 거긴 장학금이 있어서 학비 걱정이 없어.” 감정평가사 시험을 공부하던 중 들은 이 말 한 마디가 인생 경로를 바꿨다.
그는 “로스쿨 제도가 없었다면 감히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여지가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이른바 유사 직역의 ‘침탈’ 행위에 맞서 싸웠다. 대한변호사협회 세무변호사회의 사무총장에 이어 지난해까지 회장을 지냈다.
“일반 국민들은 예전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증이 부여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저도 그랬으니 당연히 그럴 만하죠. 그러나 연혁을 살펴보면, 변호사가 세무 관련 소송과 기장(장부 작성) 대리 업무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장 대리 등 실무 업무를 할 수 있는 세무사란 자격을 만들고, 변호사에겐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해 왔었습니다. 결국 세무사 제도는 변호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격증인데, 점점 세무사시험 합격자를 우선시하다가 변호사에 대해 자격을 박탈하기에 이른 겁니다. 변호사가 기장 대리를 할 수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박 변호사는 서울변회의 96대 집행부에 이어 현 97대 집행부에서 4년 가까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유사 직역은 물론 법률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대형 로펌이 시장을 장악하는 사이 청년 변호사들은 사지에 내몰려 있다”며 “그런 청년 변호사들을 보호하고 직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돌아봤다.
박 변호사는 대한변리사회의 유일한 변호사 대의원이기도 하다. 최근 특허청이 변리사 실무 수습 성취도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다 무산된 배경엔 법제처를 직접 찾아가 서울변회의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호소한 그의 역할도 있었다. 그는 “변호사로서 유일하게 변리사회 대의원이다 보니 그 사실이 공론화돼 질타와 견제를 받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제 진심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변호사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막겠다는 것이지, 변리사회에 누를 끼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아직 청년”이라고 말한다. 그의 꿈은 “변호사 업계를 침탈하려는 이들로부터 변호사 업계를 보호하고, 힘겨워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활로를 열기 위해 고민하고 앞장서는 것”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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