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탐하는 자, 거울 앞에 먼저 서라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4. 11. 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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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트리플스타, 사진=스타뉴스DB

유명세(有名稅).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겪게 되는 불편이 일종의 '세금'과 같다는 표현이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 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비(非) 연예인이 참여한 유명 예능을 통해 불거진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유명세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 심각한 법적 문제에 얽혀 있는 이들도 적잖기 때문이다. 

TV에 출연한 비 연예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생활과 과거를 일일이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의 인기가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사생활 검증에 대한 방송 제작진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아울러 시시비비를 확정지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한 쪽의 폭로를 기반으로 대중과 언론이 미리 결론을 내려버리는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달 30일에는 올해 최고의 예능으로 꼽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셰프 트리플스타(본명 강승원)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그의 이혼한 아내, 그리고 과거 교제했던 여성이 트리플스타의 과거를 폭로했다. 이 과정 속에서 '양다리' 의혹을 비롯해 명품백을 선물하며 부적절한 취업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한식대가는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빚투' 의혹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우선 부정적 여론이 커진 건 부인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흑백요리사'를 통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트리플스타의 경우 도덕적 일탈과 법적 책임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과거 결혼과 이혼, 그리고 교제 기간 중 불거진 사안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그동안 이를 공식화하지 않던 해당 여성들은 "트리플스타가 TV에 나오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인물이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이 마뜩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가 CCTV를 통해 여성 손님을 훔쳐봤다거나.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은 한 쪽의 주장일 뿐이기 때문에 어느 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다.

한식대가 역시 제기된 빚투 의혹을 부인했다. "이미 다 갚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다.

'흑백 요리사' 이영숙, '나는 솔로' 정숙.  사진=넷플릭스, 방송 영상 캡처 

반면 ENA·SBS플러스 예능 '나는 솔로' 23기 출연자 정숙의 사례는 다르다. 그는 과거 조건만남을 빙자해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1년 1월 서울 영등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한 남성과 조건만남을 약속한 한 여성이 만남을 가진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현금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된 사례다. 

결국 '나는 솔로'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는 10월31일 입장문을 내고 "'나는 솔로' 출연자의 13년 전 범죄 이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제작진은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의혹을 인정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걸러내지 못할까? 리얼리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비 연예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미 전과자 논란을 비롯해 숱한 문제들이 발생하며 방송 관계자들은 나름의 검증 과정을 구축했다. 촌장엔터테인먼트도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 시 각종 범죄 이력과 용인될 수 없는 과거 행위까지 심층 인터뷰와 서류 검토를 거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방송 관계자들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 연예인의 과거를 통째로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게 체크할 경우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과거를 숨긴 채 프로그램에 출연할 결심을 하고 허위 사실을 주장한다면 이를 걸러낼 방법은 마땅치 않다. 

'범죄사실조회서' 제출 정도가 그나마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출연자의 전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리플스타의 사례처럼 법적인 영역이 아니라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안은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일종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으나 과거사가 드러나며 추락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즉, 그들이 유명해질 때, 그들의 삶에 가장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출 때 과거의 잘못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이 입증됐다. 연예인들이 인기를 얻은 후 학교폭력 폭로에 휩싸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비 연예인들도 미디어 노출을 결심하기 전 자신의 삶을 통째로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유명해지는 것을 포기하길 권한다. 스스로는 '설마'라며 사소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피해를 입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감히'라고 생각하는 매우 큰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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