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본 소름끼치는 소리”…김경일 파주시장, 대성동마을 긴급 방문

김요섭 기자 2024. 11.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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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파주시장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 주민들의 소음 피해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현장에서 직접 대남확성기 소음방송을 들어 보니 우리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입니다.”

지난 31일 오후 김경일 파주시장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소음 피해 실상을 확인한 뒤 언급한 말이다.

김 시장은 오전 임진각 6.25납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데 이어 JSA 통문을 거쳐 민통선 내부로 접근해 들어갔다.

DMZ(비무장지대) 대성동마을 소음피해 경감을 위한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김 시장 차량 옆에는 JSA 경비부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호에 나서는 등 전쟁상황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차량이 민통선 깊숙이 들어가면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은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귀청을 두드렸다.

DMZ 유일한 대성동마을 전경. 파주시 제공

김 시장은 “대성동마을 입구로 다가갈수록 소음의 강도는 더욱 심해져 수행하던 시 직원들과 대화가 힘들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김 시장 방문 소식에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북한 사람들 인권도 중요하고, 저 사람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당장 죽고 사는 문제다. 죽어가는 우리 국민들 살리는 게 먼저 아닌가. 우리 정부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정부의 무대책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대성동 마을에서 평생 토박이로 살아온 김진수씨(70)는 “마을 옆 논밭에서 농사일을 해서 먹고 사는 처지라 잠시도 마을을 떠나 있을 수가 없어 너무나 고통스럽다. 밤에는 조용히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동구 이장(55)은 “요즘 비무장지대 쪽 긴장감이 엄청나다. 풍선 하나만 더 보태도 금방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러다 국지전이라도 터지면 우리 마을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 주민들의 소음 피해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대성동 마을은 남북간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다.

북한의 최전방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거리가 채 500m 되지 않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김 시장은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우, 들개, 까마귀 같은 동물의 울음소리, 귀신 곡소리, 쇳덩이를 긁는 듯한 기계음 등 온갖 기괴한 소음들이 뒤섞여 공포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소름끼치는 소리”라며 거푸 탄식을 쏟아내며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 소음 수준도 상상 이상으로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지, 절절한 그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안타깝게 말했다.

앞서 파주시 접경지역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말부터다.

북한 오물풍선이 남하하면서 대응수단으로 우리 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7월 18일부터 재개하자, 북한도 이에 맞서 대북확성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4~5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대남방송은 점점 저 시간을 늘려가다 지난 9월 28일부터는 24시간으로 길어지며 벌써 33일째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구 이장은 “소음 강도도 급격히 높아지면서 135명의 주민 대부분이 밤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 부족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제발 좀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에 다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파주시가 현장 찾아 소음을 측정한 결과 법상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훨씬 높은 70~80㏈에 달했다. 이는 도로나 철로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맞먹는 수치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소음강도는 더욱 심해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소음 강도가 점점 세져 최근에는 115㏈의 수치가 확인됐고, 심할 때는 135㏈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120㏈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굉음과 같은 수준이고 130㏈은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라고 한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 주민들의 소음 피해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시는 그동안 지난달 11일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 오찬간담회를 연데 이어 18일에도 임진각 재난대피소에서 긴급 이동시장실을 개최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피해상황을 청취하는 등 실질적 피해 경감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가 발표한 피해 대책에는 방음창과 주민 쉼터 설치, 임시 숙소 마련 등 이동시장실을 통해 취합한 주민 건의 대부분이 포함됐다.

김 시장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가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이 불씨가 큰 불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촉구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주민협조도 당부했다. 김 시장은 “최근 파주시가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되어 경기도 특벌사법경찰단과의 공조체제가 갖춰진 만큼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을 위해 파주시와 피해지역 주민단체도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며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는 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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