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조망'한 과학적 순간…7번째 만나는 '아트인사이언스'

문세영 기자 2024. 11. 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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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담은 용기의 덮개를 들어올릴 때면 맛있는 먹거리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가 창작 활동 관점에서 과학적 사실에 접근해 일어난 조망 효과를 나타낸 작품들을 전시한다.

15명의 작가가 저마다 다른 속도로 과학적 사실을 조망해 만든 제작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작가들은 IBS 지하실험실인 '예미랩', 기후물리 연구단,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등의 연구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각자 자신만의 조망 효과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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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음식 덮개를 올렸을 때 세포 그림을 조우하게 되는 작품(왼쪽)과 IBS 기후물리연구단의 데이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키네틱 작품. IBS 제공.

음식을 담은 용기의 덮개를 들어올릴 때면 맛있는 먹거리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음식 대신 미각을 세포로 시각화한 그림이 갑자기 등장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단맛, 짠맛, 신맛 등으로 인지해왔던 미각의 감각 경험과 함께 세포생물학적 관점에서 미각을 새롭게 조망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사물이나 사실, 자연 현상을 일반적인 시각과 관념과는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순간을 예술로 치환해 빚어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1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대전 도룡동 IBS 과학문화센터 전시관에서 ‘제7회 IBS 아트 인 사이언스’ 전시를 개최한다. 12월 11~19일에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서울 전시도 열 예정이다. 아트 인 사이언스 전시는 전시 기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인간의 이주가 공간 및 환경과 맺는 관계를 가시화한 작품. IBS 제공.

아트 인 사이언스는 IBS의 간판 과학문화 행사다. 과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순간을 예술작품으로 빚어내 대중들과 공유하고 선보이는 전시다. 2015년 시작해 올해 7회를 맞았다. 

올해 전시는 추계예술대와 공동으로 주최하며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를 주제로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의 책 제목이다. 헤임스트라는 이 책에서 ‘조망 효과’를 언급했다. 조망 효과는 우주를 탐험하고 온 우주인에게서 나타나는 큰 심리적 변화를 의미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나와 우주에서 지구를 조망하면 자연관, 생명관, 윤리관 등 가치관과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는 조망 효과를 겪게 된다. 친숙했던 공간인 지구를 기존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사물이나 사실이라도 보는 관점이 달라지거나 대상과 주체 간 위상에 변화가 생기면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가 창작 활동 관점에서 과학적 사실에 접근해 일어난 조망 효과를 나타낸 작품들을 전시한다. 15명의 작가가 저마다 다른 속도로 과학적 사실을 조망해 만든 제작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작가들은 IBS 지하실험실인 ‘예미랩’, 기후물리 연구단,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등의 연구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각자 자신만의 조망 효과를 경험했다. 

해조류, 갯바위 등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강조한 작품. IBS 제공.

전시는 리서치, 키네틱(움직임을 담은 예술작품), 디지털 등 3가지 대주제와 아카이브, 공동의 방식, 서사의 흔적, 경계의 초월, 무리 짓기, 안과 밖의 조우 등 6가지 소주제로 구성된다. 각 주제는 예술과 과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는 현상을 은유한다. 

전시 입구에는 작가와 연구자가 소통하는 모습, 연구단 랩을 투어하는 모습 등이 담긴 현장 사진을 전시하는 아카이브 공간이 마련돼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을 모색한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지금까지의 아트 인 사이언스 전시가 과학자들의 시선에서 본 과학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전시는 비전문가 시선에서 바라본 과학의 가치와 철학을 대중과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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