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법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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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낱말이 법치(法治)입니다.
그 법과 다스릴 치(治)가 이룬 말이 법치인 셈입니다.
법치의 나침반과 같은 헌법의 두 갈래 규율은 무엇일까요.
올바른 사법적 단죄를 촉구하거나 법의 공정한 적용을 강조할 때 법치, 법치 되뇌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무시로 '법치'가 오남용되어 몸살을 앓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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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낱말이 법치(法治)입니다. 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로 쓰입니다. '법률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림. 또는 그런 정치'가 사전의 정의이므로 무리한 쓰임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법(法)은 애초 물 수(水), 해태 치(廌), 갈 거(去)가 모인 글자라고 합니다. [해태는 신수(神獸)로서, 이 짐승에 닿으면 금방 그 사람에게 죄가 있고 없음을 판별할 수 있다는 동물. 물과 같이 공평하게 죄를 조사하여 바르지 않은 자를 제거한다(去) 하여 '법'이라는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의 풀이입니다. 그 법과 다스릴 치(治)가 이룬 말이 법치인 셈입니다.
정치 철학과 학술 전통에 비추어 현실정치(Realpolitik)에서 이 단어를 사용할 땐 신중해야 합니다. 법치는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보다 법의 통치(rule of law)로, 통치받는 쪽이 아니라 통치하는 쪽의 법적 의무 준수와 권력 사용 절제를 강조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헌)법을 따르는 통치를 하라는 것이 법치의 가르침입니다.
법치의 나침반과 같은 헌법의 두 갈래 규율은 무엇일까요.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 보장과, 국민 동의로 선출된 통치집단이나 기관들의 권력 통제입니다. 기본권 등 사람들의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려고 삼권분립 등을 수단 삼아 권력을 통제하는 국가 문서가 헌법인 것입니다. 지키자고 다짐하면 성서이지만 안 지키자고 마음먹으면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이 헌법임을 역사는 알려줍니다.
법치는 통치받는 이들이 입에 올려야 사실은 제격입니다. 권력자들이 준법을 내세우며 '법 무서운 줄 알려주겠다고 할 때' 법치, 법치 하는 것은 볼썽사납습니다. 올바른 사법적 단죄를 촉구하거나 법의 공정한 적용을 강조할 때 법치, 법치 되뇌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무시로 '법치'가 오남용되어 몸살을 앓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헌법과 무관한 또는 그것을 유린하는 자의적 통치, 즉 인치의 반대말로 쓰여야 마땅한 법치는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와 제한정부(Limited Government) 원리를 품은 말이기도 합니다. 헌법(정신)을 따르는 정치, 통치, 지배여야 하고 정부 또는 권력 일반이 개입한다고 해도 개인의 불가침 권리 앞에서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것, 그것이 법치의 본질임을 놓쳐선 안 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정치학회, 개헌주체 김대중과 '87년 민주주의 체제'의 헌정사, 2017년도 국무사회처 연구용역보고서
2. 박명림, 헌법개혁과 한국사회 - 민주헌정주의/반(半)대통령제 헌법개혁의 구상과 제안, 경제와사회 2016년 봄호(통권 제109호)
3. 유창오, 정치의 귀환, 폴리테이아, 2016
4.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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