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통해 北억제 vs 김정은과 톱다운… 黨정강서 ‘北비핵화’는 모두 빠져 [창간 33주년 특집]

민병기 기자 2024. 11.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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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3주년 특집
미·일 권력재편기 ‘3국 공조’ 어디로 - (2) 美 차기 정부 북핵 전략
동맹 중시 원칙 강조한 해리스
바이든 외교안보정책 계승 전망
對北 한·미·일 공조 강화 주력
김정은과 친분 과시하는 트럼프
북한 핵보유 사실상 인정할 수도
미군철수 언급도 부정적 시그널
“美, 장기적으로 북핵 용인 우려
본토 위협용 무기만 통제할 수도”
그래픽 = 송재우 기자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차기 미국 대통령을 놓고 경쟁 중인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대외 정책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정책, 대북 정책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두 당 모두 대선을 앞두고 공개한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부분이 빠져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일단 양당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두 개의 전쟁(가자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글로벌 정세와 현실적인 조건(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북·러 간 밀착이 극에 달하면서 한국 정부가 대선 이후 새로 꾸려질 미 행정부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대북 정책을 꼼꼼히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맹 통한 대북 억제’ 해리스= 해리스 부통령의 대북 정책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꾸린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를 강화해 북핵 위협을 억지하겠다는 판단이다. 한미 동맹 등 동맹 자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다양한 소(小)다자협의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정세에 대처하겠다는 큰 틀의 외교안보 기조에 맞춰 한반도 정책 역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막고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은 파트너들이 강할 때 가장 강하다”라며 동맹 중시 원칙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사실상 계승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그간 구축해 온 한미 동맹에 기반한 안보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톱다운’ 방식의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대북 정책의 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던가 “‘양키스 야구 보러 가자’고 제안했었다”고 발언하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김 위원장과 구축한 친분을 과시해 왔다. 뚜렷한 미·북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트럼프 1기 때 추구해 왔던 정상 간 합의를 통한 ‘톱다운’ 방식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이 북한이 강하게 거부하는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북핵 용인과 동맹 방기로 한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국에 엄청난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변수다. 북핵 용인과 주한미군 철수 언급 등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전략미사일기지를 방문하기 위해 좁은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사라진 ‘비핵화’= 대북 정책의 기조는 확연히 갈리지만 양당이 올해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사라졌다는 공통점은 있다. 한국으로서는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공화당 정강에는 북핵이나 한반도 관련 언급 자체가 사라졌다. 민주당 정강에는 4년 전 장기 과제로 담겼던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됐고 외교를 통한 북핵 위협 통제 등 방법론도 빠졌다. 이에 민주당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로 남아있고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시급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안보전문가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북핵은 사실상 용인하되 미국에 대해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는 통제하고 대신 한국에 대해서는 북핵의 현실적인 위협을 최대한 막아주는 방식으로 대북 정책이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미국 대외 정책이 중동과 러시아에 쏠리는 상황, 한반도 정책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인도·태평양 전략의 큰 그림 속에 배치되는 상황과 맞닿아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대북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 지점도 있다. 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하는 등 북·러 간 밀착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다시 차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 무게추를 한반도로 옮기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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