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과거의 기억 아닌 진행형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최현승 기자 2024. 11. 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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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더 초대석]감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저출생·지방소멸 등 새로운 도전 과제 앞에서도 빛 발할 것"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사진제공=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운동은 급격한 사회 변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제 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한 김광림 회장은 취임사에서 새마을운동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이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세계 공동체를 위한 ‘지속 가능한 운동’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16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새마을운동은 절대 빈곤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진 중요한 운동이었다”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저출생, 지방 소멸 등의 문제에도 새마을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계의 경(敬)사상, 새마을운동에 새 숨결을 불어넣다
김 회장은 새마을운동의 정신이 퇴계 이황 선생의 ‘경(敬)’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퇴계의 경 사상은 마음을 한결같이 공경하며 바르게 닦고,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태도에서 시작해 사회와 세계로 나아가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기틀을 제공한다. 김 회장은 이 경 사상이 새마을운동의 핵심 가치인 근면, 자조, 협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퇴계의 경 사상은 단순히 개인의 수양을 넘어 사회 공동체의 조화와 번영을 중시한다. 김 회장은 “퇴계의 가르침은 만물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철학으로, 자기 성찰과 함께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을 지향하게 한다”며 “경 사상이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양극화, 공동체 가치의 퇴색 등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 사상을 통해 새마을운동이 공동체 중심의 포용적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새마을, 미래로·세계로’…지구촌을 향한 새마을운동의 확장
중앙회의 2024년 슬로건은 ‘함께 새마을, 미래로·세계로’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새마을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전파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일찍이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의 빈곤 해소와 지역사회 발전 모델로 주목받아왔으며, 1982년 첫 번째 국제 세미나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앙회는 1973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새마을교육을 제공했다. 협력 국가의 공무원 및 주민을 초청해 교육하거나 현지에 새마을협력관을 파견해 직접 교육하고 있으며, 2023년 12월 기준 중앙회가 양성한 새마을지도자는 149개국 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올해 중앙회는 지구촌새마을운동을 더 널리 알리고 심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45개 협력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더 많은 나라에 전파할 계획이다. 이후 협력국 상호 간 사례 공유와 연수를 통해 새마을운동이 지구촌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협력국에서 새마을운동이 주요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중앙회는 새마을운동 결연·후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협력국의 청소년과 국내 후원자 간 1:1 결연을 통해 후원받은 청소년이 해당 국가의 새마을지도자나 사회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김 회장은 “해외에 나가면 한국어가 들리는 곳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태권도장이고 다른 하나는 새마을운동을 공부하는 곳”이라며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교육 보급을 넘어 우리나라를 각국의 미래 엘리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구촌새마을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젊어져야 할, 그리고 젊어지고 있는 새마을운동
김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청년층의 낮은 관심이다. 김 회장은 “어떤 젊은이는 새마을운동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묻기도 한다”며, 새마을운동에 대한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중앙회가 당면한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중앙회는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있다. 새마을 지도자의 약 80%가 50세 이상의 장년층이며, 40세 이하 지도자는 2.7%에 불과한 실정이다.중앙회는 2022년부터 73개의 대학과 MOU를 체결해 72개 대학에 새마을동아리를 만들었다. 전국대학새마을동아리 학생들은 봉사활동과 새마을 교육,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모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청년새마을연대를 출범했다. 대학 졸업생부터 만 45세 이하 청년으로 구성됐다. 새마을운동에 청년세대의 참여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들의 재능과 열정을 새마을운동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또한 김 회장은 청년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행정 시스템뿐 아니라 홍보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자 한다. 특히 김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짧고 간결한 콘텐츠가 효과적”이라며, SNS 쇼츠와 같은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쉽게 전달하고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다. 새마을운동이 디지털 세대와도 연결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 지난 7월 26일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2024 하계 새마을해외봉사단’이 발대식을 가졌다./사진제공=새마을운동중앙회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다면
▶취임 이후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다는 점을 절감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새마을운동을 아직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이는 새마을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음을 의미하며, 중앙회 차원에서 대내외적으로 체계적인 준비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새마을운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정의와 그것이 요즘 시대에 주는 의미는
▶새마을운동은 단순히 경제적 부흥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나와 이웃, 국가가 함께 잘 살기 위한 사회적 연대 운동이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된 이 운동은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해서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고 경제 10대 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 이제는 이러한 정신이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운 사회 변화를 이끄는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지난 7월 22일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열린 2024 몽골 수탁 새마을교육 입교식에서 연수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새마을운동중앙회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앙회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중앙회는 MZ세대가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학과 청년 조직을 중심으로 한 ‘대학새마을동아리’와 ‘청년새마을연대’는 젊은 세대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공모사업, 해외봉사,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글로벌 연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한 공동체의 회복이라는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현 시대에 맞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사업은 무엇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의 새마을운동은 녹색(Green) 새마을, 건강(Health) 새마을, 문화(Culture) 새마을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통해 지역사회와 국가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저출생, 지방소멸, 기후변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현대적인 의미로 계승·발전시키되, 새마을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적 연대와 협력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새마을운동의 가치와 정신은 오늘날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여전히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4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경기 성남시에서 ‘함께 새마을,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2024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와 ‘글로벌 협력국 국장회의’를 개최했다./사진제공=새마을운동중앙회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열리는 이유와 세계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새마을운동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45개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는 각국 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며, 글로벌 공동체 운동을 촉진하는 장이다. 다 함께 잘 사는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세계화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국민과 새마을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새마을운동은 절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역사회 개발 운동이자 총체적 국가 개발 운동이었다. 이러한 새마을정신은 저출생·고령화·지방소멸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도전 과제 앞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사회의 발전과 인류 공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부탁한다.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도 극복하는 민간 주도의 국민운동이 되길 바란다.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머니투데이 <더리더>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
1948년 경북 안동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기획조정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특허청 청장
세명대학교 총장
제18~20대 국회의원
퇴계학 연구원, 국제퇴계학회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최현승 기자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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