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이 여행] 울산을 담은 복합 비즈니스 공간, 유에코
(시사저널=글 김수아·사진 신규철)
소규모 회의부터 대규모 콘퍼런스, 전시회, 공연까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머지않아 세계인이 모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로 향했다.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을 보려면 국보 반구대 암각화를 품은 울산 울주군으로 가야 한다. 가을이면 특히 수려한 영남알프스와도 가까운 이 지역엔 최근 울산경제자유구역 신규 지구로 지정된 울산역 복합특화지구가 있다. 그리고 2021년 4월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유에코(UECO)가 들어섰다. 회의(Meeting), 포상 여행(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마이스(MICE) 산업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규모와 목적이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를 주관해 울산을 이끌어 갈 새로운 명소다. 유에코는 울산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반구대 암각화의 지층과 고래를 건축적으로 표현했는데, 가로로 긴 외관을 보고 있으면 고래 한 마리가 머릿속에서 헤엄치는 듯하다.
사람, 산업, 세계가 만나는 곳
마이스 산업의 핵심은 교류다. 유에코는 사람과 산업,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목표로 삼는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성장을 위한 플랫폼이면서, 시민이 소통하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이니만큼 연면적 4만 2982제곱미터(약 1만 3000평)에 2개의 전시장과 850명까지 수용하는 12개 회의실, 1400여 명 규모의 컨벤션 홀 3개를 넉넉히 마련했고, VIP 대기실과 보드룸, 행사 참여자를 비롯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스마트 라운지로 내부를 조성했다.
두 전시장은 층고가 높고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공간에 방해물이 없으니 설치 계획을 세울 때 훨씬 자유롭다. 덕분에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박람회를 기획·유치했다. 2021년에는 국내외 거장을 비롯해 신진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울산국제아트페어를, 2022년에는 지역 레저 문화를 홍보하는 스포츠레저캠핑박람회를 열었다. 2023년에 진행한 울산문화박람회는 나흘간 1만 8000여 명이 다녀가 문화도시로서 입지를 다졌다.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는 데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정성을 담아 음식을 준비하는 주최 측의 태도는 참여객에게 긍정적 인상을 남긴다. 유에코는 기업이나 기관의 행사부터 국제 규모의 케이터링까지 행사 성격에 따른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양소를 고루 담은 도시락,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 깔끔하고 알찬 구성의 양식 정찬, 그리고 식사 시간을 달콤하게 마무리할 디저트와 음료까지 모든 이의 입맛을 충족하고자 선택지를 충분히 마련했다.
새로운 파도,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
울산의 주력 산업과 첨단 기술을 선보일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 일명 '웨이브(WAVE) 2024'가 11월 첫걸음을 뗀다. 최병권 울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와 함께 그 시작과 방향을 살펴봤다. "유에코는 개관 이후 마이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보유한 도시인 만큼 지난해까지 울산화폐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죠. 이제는 규모를 확장해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로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는 울산에서 열린 국제수소에너지포럼, 도심항공교통 산업육성포럼, 수출·구매상담회 등 7개 행사를 하나로 통합한 초대형 행사다. 미래 산업이 나아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전 세계 산업에 파동을 일으키는 국제박람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번 행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현재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차전지 부품, 수소에너지의 저장과 운송 등을 관람하는 부스를 설치한다는 것. 신기술·신산업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했으니 가히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라 할 만하다.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울산문화박람회도 올해 2회를 맞아 '내일의 울산, 문화로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더 풍성한 콘텐츠로 돌아왔다. '다시 보는 울산', '도전하는 우리', '함께하는 도약', '꿈꾸는 미래' 테마로 구성한 전시관을 관람하며 울산 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온몸으로 느낄 기회다. 선사시대 선조들의 생활상을 담은 암각화의 기록 문화를 통해 울산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현재 꾸준히 활동하는 문화 예술 플랫폼·지역 작가·로컬 브랜드를 한곳에서 마주하는 순간 문화도시 울산의 면모가 드러난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협력해 게임, 웹툰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 아니라 지역 예술인이 울산의 이야기를 담은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더해 방문한 이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긴다.
유에코는 지난해 기준 총 567회 전시회 및 회의를 열었고, 69만 7511명이 공간을 이용했다. 그들이 머무르는 동안 유에코는 서서히 변해 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과 도약의 순간이 쌓여 울산을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게 했다. 울산을 담아 지은 유에코의 모습은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가는 이 도시를 닮았다.
예술공장 성남은 청년 문화 예술인의 꿈을 실현하는 창작 스튜디오로, 2022년 울산이 특별시·광역시 중 최초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추진한 지원 사업이다. 울산시립미술관 앞에 자리한 01 작업실에는 시각분야 예술인이, 성남동 타로거리 일원에 위치한 02 작업실에는 영상·음악·기획 등 종합 예술인이 입주했다.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해 작가 간 협업과 교류를 강화하려는 예술공장 성남의 의도대로 세 작가는 01 작업실에 입주해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울산문화박람회 기간 동안 예술공장 성남의 작가들이 신작을 내놓는다. 총 아홉 명 작가가 각각 다른 테마로 꾸민 부스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노력과 성과를 선보일 곳이 있어 기뻐요." 정다원 작가는 입주 작가들의 작업 공간 축소판을 구경하는 동시에 그동안의 행보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이 될 거라고 박람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민과 신념이 묻어나는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채롭고 풍성하게 꾸려질 박람회를 상상해 본다.
영상·설치|백다래 작가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 작업이 주 장르인 백다래 작가는 삶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시각적 서사를 구축한다. 대형 구조물을 제작할 공간을 물색한 끝에 예술공장 성남에 입주하게 됐다. 울산을 거점으로 활동하지만 서울 코리아나 미술관 기획전 에 참여하고, 미국 뉴욕과 타이에서 전시를 여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작업실에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인 'I will be happy'는 불행이 감정을 잠식해 행복이 점점 멀어져 가는 순간을 포착했다. 삶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를 묘사하고, 부처님오신날에 연등을 달아 소망을 기원하는 것처럼 희망의 불씨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디지털 작업 시리즈를 준비했다. 울산 시민에게 영상이나 퍼포먼스 설치 작업을 더 친근하게 선보이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회화|정다원 작가
종이에 구아슈를 활용하는 드로잉 작업을 주로 했기에 정다원 작가는 예술공장 성남에 입주하고는 비교적 큰 캔버스와 입체를 중점적으로 다루자 결심했다. 현재는 평면 회화에 비중을 두고 작업한다. 지난해까지 여러 단체전에 참여한 후 올해 상반기에 개인전 을 개최하고, 최근 부산 킴스아트필드미술관에서 청년 작가 2인전 를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울산문화박람회에서 공개할 작품은 낯선 이의 시선을 주제로 출발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초대받지 못한 공연'이다. 행사나 모임에 초청받아 갔음에도 그 순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 작가는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주변을 관찰하는 사람의 시선을 반영해 당시 풍경을 그렸다. 한 사회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지만, 개개인에겐 각자의 선이 존재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았다.
동양화|진주영 작가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정을 색채로 변주하고 다양한 시각 효과로 표현해 온 진주영 작가. 지난해 개인전 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브리즈 아트 페어'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이전 작업에서는 표류하는 감정의 잔상을 공간화해 기록했다면, 예술공장 성남에 입주해서는 감정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무의식의 힘을 발견하기를 특히 바라고 있다. 진 작가가 현재 몰두하는 주제는 '버섯'. 분해하고 기생하며 공생하는 버섯을 감정에 빗대어 기록한다. '피어나는 1'은 마음에 피어난 버섯에 색을 입힌 작업으로, 곰팡이로 연결된 숲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그는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이 '감정 일기 버섯 도감' 작업물을 보고 각자 몸과 마음에 피어난 버섯을 발견한 후 형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작업실에서 직접 기른 버섯도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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