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변우석 뒤 차가운 그림자: 교촌치킨 스타마케팅 '명암'

김하나 기자 2024. 11. 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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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업계 3위 전락한 ‘교촌에프앤비’
지난해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감소
나홀로 가격인상 후폭풍에 휘청
올해 들어 이어지는 ‘반등 시도’
7월 2년 만에 신메뉴 출시하고
10월 9년 만에 스타 마케팅 재개
최근 핫한 배우 ‘변우석’ 손잡고
어마어마한 광고비 손익 괜찮을까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이 9년 만에 '스타 마케팅'의 돛을 올렸다. 최근 가장 뜨거운 배우 '변우석'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배우 변우석 덕분에 화제를 끌긴 했지만, 그 이면엔 흔들리는 교촌치킨의 절박한 현주소가 깔려 있다. 교촌치킨은 과연 '변우석 효과'를 얼마만큼 누릴 수 있을까.

교촌치킨이 배우 변우석으로 9년 만에 '스타 마케팅'을 재개한다.[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교촌치킨(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이 '스타 마케팅' 전략을 꺼내 들었다. 지난 10월 배우 변우석을 공식모델로 앞세우면서다. 교촌치킨의 스타 마케팅은 2015년 배우 이민호를 마지막으로 9년 만이다.

변우석은 올해 상반기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다. LG전자, 이디야커피, 피지오겔, 팔도, 배스킨라빈스, 알바몬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면서 금세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배우 변우석의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교촌의 브랜드 가치 및 '진심경영' 철학과 부합해 모델로 선정했다"며 "특히 변우석 배우는 교촌의 창립 연도와 같은 1991년에 태어난 '교촌둥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이 '변우석 카드'를 집어 든 이유는 간단하다. 실적을 회복하고 추락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다. 교촌치킨은 한때 치킨업계 '부동의 1위'였다. 2015년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 1위(매출 기준) 자리를 놓친 적 없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그해 bhc치킨(운영사 비에이치씨)에 선두자리를 빼앗기더니 2023년엔 매출액(4450억원)이 전년 대비 14.0% 줄면서 업계 3위로 전락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bhc치킨ㆍBBQㆍ교촌치킨) 중 유일하게 교촌만 매출이 감소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다.[※참고: bhc치킨은 매출액 535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BBQ(운영사 제너시스BBQ)는 전년 대비 13.0%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해 2위로 올라섰다.]

추락의 배경엔 '가격 인상'이 깔려 있다. 2021년 11월과 지난해 4월 잇달아 제품가격을 인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결정타는 지난해 '나홀로' 가격을 끌어올린 거였다.

당시 교촌치킨은 오리지날(간장)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8.8%,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15.0% 인상했다. 레드오리지날은 1만7000원에서 2만원(17.6%)으로 올렸다.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만에 단행한 2차 가격인상에 고물가 국면에 시달리던 소비자는 끝내 등을 돌렸다.

관건은 교촌치킨이 '변우석 카드'로 부활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아직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교촌치킨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 체감물가가 꺾이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불리한 요소'다. 그렇다고 신메뉴가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교촌치킨은 지난 7월 신메뉴 '교촌 옥수수'를 야심차게 론칭했다. 2022년 7월 론칭한 '블랙시크릿' 이후 2년 만에 나온 신메뉴였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당시 교촌치킨 측은 "신메뉴 개발에 2억원을 투자했다"면서 "간장(오리지날)ㆍ레드ㆍ허니를 잇는 4번째 시그니처 메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는 숱하다. 교촌치킨 자체앱 이용률은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전혀 늘지 않았다. 앱ㆍ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ㆍ리테일ㆍ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교촌치킨 자체앱 사용자 수는 44만명으로 전월(51만명) 대비 13. 2% 감소했다. 앱 실행횟수 역시 같은 기간 468만회에서 319만회로 31.9% 떨어졌다.

브랜드 평판 역시 신메뉴 출시 이후 되레 악화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브랜드 평판(28곳 대상)'에서 교촌치킨의 순위는 7ㆍ8ㆍ9월 5위에서 10월 6위로 한단계 내려앉았다. 신메뉴가 브랜드 평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거다. 더구나 10월엔 치킨 3사 중 교촌치킨만 5위권 바깥에 자리했다.

지난 7월 교촌치킨이 2년 만에 론칭한 신메뉴 '교촌 옥수수'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사진 | 뉴시스]

이 때문인지 "회장까지 나서 론칭한 신메뉴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묵혀둔 스타 마케팅을 꺼내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억소리' 나는 변우석 모델 비용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는 광고모델 비용을 가맹점과 분담하는데 교촌치킨 역시 그런 절차를 밟았다. 인기가 뜨거운 만큼 몸값이 비싼 '변우석 비용'이 가맹점주에겐 되레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다. 경우에 따라선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여지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당대 가장 핫한 스타로 마케팅을 하면 소비자들이 눈여겨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순 있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제품의 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크다. 스타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제품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소비자가 마케팅에 휘둘리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제품의 가성비ㆍ가심비를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더 많다. 따라서 스타 마케팅을 하더라도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촌치킨은 과연 변우석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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