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가장 찬란했던 순간' 정현, 부활의 꿈 "충분한 경쟁력 확인했어요"
호주 오픈 4강 신화를 이룬 정현(28)이 국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챌린저 대회를 16강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5년 만에 ATP 챌린저 이상급 대회 본선 승리를 거두며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정현은 10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ATP 시슬리 서울오픈 챌린저(총상금 13만3250 달러) 단식 16강전에서 리 투(호주)에 졌다. ATP 랭킹 1473위 정현은 184위인 상대에 1세트를 따냈지만 1 대 2(6-4 3-6 1-6) 역전패를 안았다.
아쉽게 본선 1회전 통과로 만족해야 했다. 정현은 2일 전 정윤성(704위·안성시청)과 1회전에서 2 대 0(7-5 6-3)으로 이긴 바 있다.
정현은 만만치 않은 상대 리 투를 맞아 1세트를 따냈다. 장기인 탄탄한 백핸드 스트로크와 적극적인 네트 대시에 이은 절묘한 발리 등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리 투는 올해 US오픈 1회전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에 한 세트를 따낼 만큼 경쟁력이 있는 선수. 2세트 게임 스코어 2 대 1에서 정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정현은 30 대 30에서 더블 폴트를 범했고,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맞고 아웃된 게 뼈아팠다.
흐름을 내준 정현은 3세트를 0 대 4로 끌려갔다. 0 대 5에서 서브 게임을 지켜 만회했지만 마지막 백핸드가 벗어나며 승리를 내줬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정현의 표정은 사뭇 밝혔다. 정현은 "3세트 포인트 관리를 못해 아쉽게 졌지만 다시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어 기뻤다"면서 "더 많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현의 ATP 챌린저 이상급 본선 승리는 무려 5년 만이다. 2019년 10월 ATP 투어 이스트방크오픈 1회전 이후 처음이다. 2017년 21세 이하 특급 유망주들이 나선 넥스트제너레이션 우승과 2018년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일군 뒤 허리 등 기나긴 부상의 터널에 빠진 까닭이다.
재활에 몰두했던 정현은 2020년 9월 프랑스오픈과 지난해 6월 윔블던 예선 1회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후 다시 부상을 당했다가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 복귀했다.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는 1회전 탈락했으나 국내 대회에서 2회전에 진출했다.
정현은 "(호주 오픈 4강에 올랐던) 몇 년 전보다 몸 상태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더운 나라에서 3주 연속 경기를 했는데 몸이 괜찮았다"고 밝혔다. 이어 "2주 연속 대회에 나가도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름 자신감도 찾았다. 정현은 리 투에 대해 "상대는 1년 내내 투어를 뛰면서 최근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비록 졌지만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충분히 내가 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겠구나 느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자체 분석이다. 이날 첫 서브 성공률이 52%에 그친 점이 단적인 예다. 정현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고, 조급함과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게 더 있었더라면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감각이 올라와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시 메이저 대회에 나서기 위해서는 랭킹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낮은 순위라 대회 출전조차 쉽지 않다. 이번 대회 8강으로 랭킹 포인트 7점을 얻었으나 여전히 1000위 밖이다. 정현은 "대회 스케줄을 보고 있는데 랭킹이 없으니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와일드카드도 자국 선수 우선 배정"이라고 전했다.
정현은 2018년 호주 오픈에서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4위·세르비아)를 꺾고 '황제'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와 4강에서 격돌하는 등 꿈의 무대를 펼쳤다. 한국 테니스 열풍의 서막을 알렸던 그가 미약하지만 단단한 의지로 뭉친 부활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올림픽공원=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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