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잃어버린 운동장’ 되찾아 준다

홍세미 기자 2024. 11. 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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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서울시의회 조례]방과 후나 주말·휴일에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개방
▲인천 부평구 부곡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머리 위로 볼 나르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뛰놀 공간이 없어 PC방으로 내몰리던 아이들에게 학교 운동장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일부라도 되찾아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시립학교의 운동장이 방과 후와 주말, 휴일에도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개방된다. 김경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1)이 어린이의 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의한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이 조례는 지난 7월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다.

조례는 ‘서울 어린이 권리장전’ 중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말과 공휴일과 같이 교육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도 학교 시설을 개방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아울러 학교시설의 개방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시설 개방이 제한되면 학교장이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교시설 사용자가 미개방 사유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갈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 의원은 “놀이터도 없고 학교 운동장도 닫힌 상황에서 뛰놀고 싶은 아이들이 갈 곳은 주차장과 길거리뿐”이라며 “최근 3년간 4000명이 넘는 서울시 어린이교통사고 수를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공놀이 하고 싶으면 어디로”…서울, 어린이 107명당 놀이터 1개 이용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는 모든 어린이에게 놀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어린이의 놀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놀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아동들의 놀이 시간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부모와 보내는 시간은 48분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9분,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20년 우리나라의 아이들 놀이가 부족하다며 놀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놀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왔다. 서울같이 대지가 부족한 곳은 더욱 그렇다. 서울시가 발표한 ‘어린이 권리장전’에 따르면 1개의 놀이터에 107명의 어린이가 이용해야 한다. 조례를 발의한 김 의원은 “놀이터도 없고 학교 운동장도 닫힌 상황에서 뛰놀고 싶은 아이들이 갈 곳은 주차장과 길거리뿐”이라며 “최근 3년간 4000명이 넘는 서울시 어린이교통사고 수를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구와 축구 등 공놀이는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음이나 안전 관련 민원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 공놀이를 금지하는 경고문을 붙이자 주민이 관리사무소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일도 일어났다.

학교 운동장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개방이 결정된다. 초·중등교육법 제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학교교육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학교의 장의 결정에 따라 국립학교의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공립·사립 학교의 시설 등은 시·도의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장이 학교 시설을 개방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김 의원은 “서울시는 2023년 예산부족을 이유로 놀이터를 충분히 설치하지 않았고, 학교 지원예산인 교육경비 또한 2022년 519억에서 절반 가까이 줄인 275억으로 감액 편성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호한 초·중등교육법 조항 때문에 학교 운동장조차 사실상 학교장의 재량으로 개방되고 있다”며 “학교시설 개방과 안전사고 발생 빈도는 연관성이 없으며, 관리가 어렵다면 지자체장에게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와 교육청이 협력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달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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