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메우려 경쟁… ‘아무것도 생산 않는 무위’는 삶의 해독제[북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로사회'로 국내외 독자에게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무위(無爲)다.
노자와 장자를 알고, 노장사상의 요체가 무위라는 것을 한 번쯤 들어봤기 때문이다.
인위를 배제하고 '무위자연'이 될 것을 권한다.
저자는 무위가 "인간적인 것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쉼이 없으면 새로운 야만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
‘피로사회’로 국내외 독자에게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무위(無爲)다. 무위는 동양인에게 상대적으로 친근한 개념이다. 노자와 장자를 알고, 노장사상의 요체가 무위라는 것을 한 번쯤 들어봤기 때문이다. 노장사상의 무위란, 인간이 따라야 할 행동에 관한 궁극적 원칙이다. 인위를 배제하고 ‘무위자연’이 될 것을 권한다.
저자 한병철의 무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의도나 목적을 띤 활동을 멈추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그 순간 드러나는 세계의 참모습을 보게 되고, 그것이 제목에서 나타나듯 ‘관조’(觀照)의 삶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굳이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대인들은 오늘날 성과(成果)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절대적인 존재의 결핍’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결핍을 메우기 위해 더 바쁘게 일하고, 소비한다. 어렵사리 여가나 휴가를 찾지만 이때마저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저자에 따르면, 무위는 게으름이나 무기력, 공백이 아니다. “고유한 논리, 언어, 시간성, 구조, 찬란함, 마법”을 지닌 “인간 실존의 찬란한 형태”다.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기능성을 중시하지만, 오히려 참된 행복은 “목적 없고 효용 없는 것 덕분에, 비생산적이고 궤도를 벗어나는 것 때문에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위는 창조적인 세계로 넘어가는 일종의 ‘문턱’이다. 행위는 주어진 목적과 목표에 따라 똑같은 것을 반복·재생할 뿐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무위의 시간이 필요하며, 무위는 목적과 효용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 삶을 위한 해독제이자 창조력의 원천이 된다. 저자는 무위가 “인간적인 것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쉼이 없으면 새로운 야만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하이라이트는 현대 정치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 한나 아렌트의 ‘행위하는 삶’에 대한 독창적 반론이다. 저자는 20세기를 “행위의 시대”로 규정하고 “관조하는 삶은 외면과 도피”로 해석한 아렌트를 비판한다. 행위하는 삶이 지구적 위기를 불러온 것은 “자연을 수단으로 간주하며 인간 행위에 완전히 종속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다. 같은 맥락에서 ‘인류세’(人類世)는 “인간 행위가 자연을 흡수하고 착취하는 역사적 시기”나 다름없다. ‘무위하는 삶’을 살고, ‘관조적인 쉼’을 가지라니 저자의 메시지는 무척 달콤해 보인다. 하지만 병원에 간 환자에게 의사들이 내놓는 단골 처방인 “스트레스를 피하고 푹 쉬어야 한다”는 말처럼 일견 헛헛한 구석도 있다. 168쪽, 1만68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문다혜, 운영한 불법 숙박업소… 무단 증축된 ‘위반건축물’
- 이준석, “대통령이 공관위서 보고 받는 줄 몰라…그건 니들이 해명해야 한다”
- “본인 와야 인출되세요” 침대 실려 은행 온 노인
- 20대 5명 한차 타고 160km로 질주…뿌리뽑힌 가로수, 3명 사망
- ‘합체’하더니 하늘 위로 ‘붕’…하늘을 나는 자동차(영상)
- 자살 사망자들이 죽기 전 가장 많이 간 곳은 어디? 국내 심리부검 결과…
- [속보] 검찰, ‘쌍방울 대북송금 공모’ 이화영 항소심서 징역 15년 구형
- 딸과 3살차 女소위 강간미수 대령 “유혹당했다”
- 67조원 재산 중국 최고부자 된 41세 남성의 정체
- 홍준표 “탄핵전야 데자뷔 같아…윤통 무너지면 좌파 포퓰리즘 판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