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대로 상품권 줬다간"…날 선 칼날에 새마을금고 이사장 '벌벌'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제공=뉴스1

새마을금고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이사장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금까지는 관행처럼 해왔던 행위가 새마을금고법 위반에 해당해 선관위에 적발되면서다. 예정된 기부를 중단하는 등 몸을 사리는 이사장도 나온다.

1일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선관위는 내년 3월5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위법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선관위는 현직 이사장 등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나가는 방식으로 적발을 진행 중이다.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이사장 선거와 관련한 첫 위법행위를 발견하고 경찰에 고발조치를 취했다. 이번에 고발된 건 중 하나는 현직 이사장이 정기총회에서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 5명의 여비 명세서에 대리서명을 하고 여비를 수령해 불참한 대의원 5명에게 제공한 사례다. 이 이사장은 설 명절에 회원과 대의원에게 5만원 상품권 약 26장을 제공하고 추석명절 대의원 7명에게 5만원권을 주기도 했다.

선관위는 해당 사례를 새마을금고법 제22조 위반으로 보고 부산광역시경찰청에 고발했다. 새마을금고법 제22조는 금고 이사장이 회원이나 회원가족 등에게 금전·물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보고 재임 중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리서명은 현직 이사장들이 관행처럼 하던 행위로 선관위의 적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소재 A금고 이사장은 "내년 선거가 현직 이사장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전날 선관위 고발보도를 보고 그게 맞아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건 괜찮겠지'라고 여기며 평소 하던 대로 행동하는데, 경쟁자가 있으면 관행처럼 하던 행동이라고 해도 적발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소재 B금고 이사장도 "대의원들과 식사를 한끼 하거나 금고 예산으로 기부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며 "예산을 잡아놓고 정례적으로 하던 기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관위가 문제를 삼을까봐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기부를 그냥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원칙적으로 위법행위이지만 그동안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선관위가 이사장 선거를 위탁받기 전까지는 금고가 자체적으로 선거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각 금고는 이사장 선거를 하기 전 금고 내부에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불법선거 운동을 감시할 공명선거감시단을 그 밑에 뒀다. 금고 임직원은 내부 선관위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없었지만 금고 이사회가 위원을 위촉해 사실상 내부 선관위가 금고의 통제 아래 있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1200여개의 금고가 최초로 동시선거를 치르다보니 선거 전까지 유사사례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판단하며 이같은 상황에 원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거사무를 선관위에 위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