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이기흥 회장 등 수오지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라” 성명서 발표

김세훈 기자 2024. 11.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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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에 국정감사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22 박민규 선임기자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이기흥 회장에 대한 강도높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동조합은 1일 ‘대한체육회장이 이래서야 되겠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복적인 비위행위 지시와 은폐 시도를 멈춰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어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조직의 지위ㆍ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육계 풀뿌리 조직을 최우선적으로 위하며, 공직자로서 법적ㆍ도덕적ㆍ윤리적 책무를 이행하는 인물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이기흥 회장은 아직 3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발히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스포츠공정위원회에 3선 도전을 승인받는 절차를 밟아 사실상 3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아래는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밝힌 설명서 전문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실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금 만천하에 드러난 이기흥 “체육 대통령”의 비겁하고 옹졸한 민낯을 마주하며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기흥 회장은 10월 22일 체육단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시종일관 거짓과 궤변으로 응했고, 우리 노조의 퇴진 요구와 직원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를 인용한 질의에는 ‘대한체육회는 직원들만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소인배 같은 답변만 늘어놓았다. 본인의 임기 8년간 묵묵히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던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고작 대한체육회 조직이 직원 외에 다른 이들로 움직인다는 선언뿐인가?

이기흥 회장은 10월 24일 종합감사에는 출석조차 하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핑계에 불과한 업무협약 행사를 급조해서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법적인 절차도 무시한 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당일 그의 불출석으로 동행 명령장이 발부되자 아무도 모르게 종적을 감추기까지 했다. 이기흥 회장의 이러한 행동은 공공기관장으로서 공직자의 책무를 인식하고 있다면 단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나 언론은커녕, 우리 직원들에게도 일언반구의 해명조차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기흥 회장은 그간 직원들에게 업무뿐 아니라 외부 감사 등에도 당당히 임할 것을 수차례 주문했으나, 정작 본인은 법적으로 출석 의무가 있는 국정감사조차도 몰상식하게 회피ㆍ도주하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무조정실 감사 등에서 본인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게끔 측근들을 통해 비위 혐의에 대한 은폐 시도를 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당당하고 떳떳하게 정부에 맞서라는 과거의 발언은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나?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이제라도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지고 잘못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길 바란다! 아직도 이기흥 회장이 잘못된 행태를 이어가게 하거나 과거의 행적을 미화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임원과 간부, 그리고 비선 세력이 여전히 있다면, 스스로 염치와 주제를 알고 당장 멈출 것을 촉구한다!

특히, 이 와중에도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3선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연임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해당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체육인과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따라 심의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내년 1월이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우리 노동조합은 대한체육회 사무처 소속의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법령과 관계 규정에 따라 엄격히 선거 개입ㆍ관여를 지양하고 중립을 지켜나갈 것이다. 다만, 대한체육회장 직위가 현재 이기흥 회장이 그래왔듯 잘못된 형태로 악용되지 않도록, 차기 대한체육회장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인물이길 간곡히 호소하고자 한다.

첫째,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체육회의 국제ㆍ국내적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권한을 책임감 있게 집행하는 인물이길 희망한다.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이자 사단법인으로서 지켜야 할 자율성을 지켜나가되, 국가를 대표하여 국제스포츠기구에 가맹된 단체로서 명예롭게 사업을 수행하고, 국가에서 재정 대부분을 지원받는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와의 협력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기관의 특성을 악용하여 조직을 사유화하거나 불필요하고 무모한 싸움을 벌이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둘째,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우리 직원들뿐만 아니라 체육계 풀뿌리 조직에 있는 선수와 동호인, 지도자, 심판, 행정가 등 현장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겸허한 자세로 소통하는 자세를 갖춘 인물이길 희망한다. 대한체육회가 본연의 목적에 맞게 현장의 체육인들과 국민 일반의 스포츠 기본권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특보 행정’등 현재의 정치화된 조직 체계를 과감히 개선하고 내외부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 체계를 확립하여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

셋째,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공직자로서 법적ㆍ도덕적ㆍ윤리적 책무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공정성과 청렴함을 갖춘 인물이길 희망한다. 타의 모범이 되는 스포츠계의 지도자로서 현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체육환경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체육인과 국민 모두에게 신망 받는 대한체육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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