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이들과 수업하기...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기를 가르쳐요'
발달장애아이들을 상담하다보면 '호명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는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대답하거나 부르는 쪽을 돌아본다. 이것을 '호명반응'이라고 하는데 발달장애아이들 중 자폐성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호명반응의 빈도수가 현저히 낮거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부모들은 이름에 반응하지 않는 아이들의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은 왜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가정내에서나 교실 내에서 호명반응을 테스트 하는 장면이다.
"언제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어요?"
"아이가 놀고 있을 때 뒤에서 불러봤는데 안쳐다 봐요.", "밥 먹기 전에 아이보다 앉으라고 부르잖아요. 아무리 불러도 우리아이는 쳐다보거나 자리로 오지 않아요.", "어제는 목욕시킬 때 불러봤어요. 아이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고 물 받아놓고 화장실에서 불렀어요. 아이는 돌아보지도 않고 오지도 않았어요."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호명반응이 없는 아이가 지도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 선생님들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가지고 놀던 블록놀이를 정리하라고 이름을 불렀는데 오지도 않았어요. 들은 척도 안 해요.", "화장실 갈 시간이 되어서 다른 아이들이 모두 나갔는데 혼자 교실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불렀는데 정말 못듣는 아이처럼 쳐다보지 않았어요.", "활동지를 받으러 나와야 하는데 혼자 책상에서 풀을 만지고 놀고 있었어요. 활동지를 받아야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할텐데 풀만 손으로 끈적 끈적 만지면서 제가 이름을 여러번 불러도 쳐다보질 않아서 결국 갖다 주고 와야 했어요.", "친구들의 장난감을 그냥 빼앗아서 지도하려고 이름을 불렀어요.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더라구요."
보통은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다.
아이가 무언가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성인임에도 무언가 몰두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크게 의식하지 못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다가 내리는 곳을 놓친 적도 부지기수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무언가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 하기 싫은 무언가를 시키려는 목적에서 부르면 안보고 싶다.
물론 발달장애아이들 중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청각적 집중력이 시각적 집중력 보다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청각적 단서만 가지고 아이들의 호명방응에 대답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아이의 기능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일 수 있다.
그냥 태어나서 돌 무렵쯤 되면 자기 이름에 반응하고 쳐다보는 쉬운 것도 발달 장애아이들에게는 더 작은 단계로 나누어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각적 단서에 반응한다면 첫 시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물을 이용해 시작해도 좋다. 이름 부르기를 시킬 때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름 부르기 = 간식(좋은 일)의 인지공식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대답하거나 쳐다보았을 때 언어적인 칭찬과 폭풍 스킨십 그리고 간식의 제공을 반복한다. 어느정도 아이의 행동이 자리잡고나면 그 다음 눈앞에서 보이는 간식을 없애고 안 보이는 곳에서 이름을 부르고 쳐다보면 간식을 제공한다.
그 다음 이름 부르면 간식을 생략하고 칭찬과 스킨쉽을 제공한다. 반복하다보면 칭찬이 무엇인지 학습하게 된다.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 처음에은 스킨쉽이나 칭찬과 같은 사회적인 강화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해 '즐거움'을 얻지 못했다면 간식과의 연합된 강화로 간식=스킨쉽, 칭찬 의 공식이 만들어진다. 그 다음에 서서히 1차 강화물인 간식을 제거하고 칭찬의말이나 스킨십으로 즐거움을 얻도록 이끌어낸다.
학급에서 호명반응의 목표를 세웠다면 아이 이름을 부르고 반응이 없으면 다른 친구들의 이름을 부른 다음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강화물을 사용하다가 익숙해지면 강화물 없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간헐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 이후에는 강화물이 없어도 활동 자체가, 교사와 상호작용 자체가 즐거움이 되도록 한다.
호명반응의 성공과 실패는 이후의 활동의 성공과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매번 아이가 참여하기 어려운 과제를 준비하고 강요하는 교사라면 쳐다보지 않고 싶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이 선생님이 부르면 언제든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지.' 라는 마음이 생기게끔, 호명반응 이후 제공하는 활동 자체가 즐거움이 될수 있도록 교사가 준비하는 수업도 아이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수업 실패의 50%의 원인은 재미없는, 아이의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아 1도 관심 없는, 아이의 발달수준에 맞지 않아 참여할 수 없는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탓임도 기억해야 한다.
◇ 교실 대그룹 상황에서 호명반응 지도하기
교실에서 아이의 호명반응을 유도하는 경우는 이름을 부르고 '네!' 라고 대답해야 하는 오전 등원 이야기나누기 시간이나 학습 자료를 나누어 줄 때, 신체 활동 등에서 자신의 순서에 맞게 나와서 무언가 해야 할 때 등 많은 경우에 이름을 부르고 '네!'라고 대답하도록 한다.
이 경우 발달장애를 가진 유아들은 자신의 이름을 잘 지각하지 못하였거나, 모델링이 잘 되지 않아 순서를 놓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순서를 잊게 되곤 한다. 아이가 이름에 반응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기회를 제공하지 않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그냥 기회가 주어진다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통합 상황에서 수업을 이끄는 교사가 호명반응을 제공했을 때 장애유아를 지도하는 교사는 아동이 호명반응에 성공할 수 있게 손을 들어 "네!"라고 대답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DTT(개별시도학습)을 적용해 처음 시도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게 언어적, 신체적 촉구를 제공해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교사가 도움을 제공해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칭찬의 말도 잊지 않는다. 아이의 수준에 따라 '네!'라고 대답하는 것은 교사가 해주지 않고 언어적 모델링만 제공해 작게 '네!'라고 아이 옆에서 이야기하고 따라서 말할 수 있도록 해도 좋다.
익숙하게 아이가 교사의 도움을 받아 호명반응에서 대답하는 타이밍에 손을 들어지는 연습을 했다면 이제 교사의 신체적 촉구를 줄이는 과정을 연습한다. 교사가 이전에는 손을 온전하게 들어 줬다면 이제 팔꿈치 부분을 잡아 들어준다. 같은 방법으로 언어적 촉구 "네!"를 제공하도록 한다.
그 다음 교사는 신체적 촉구를 더 줄여서 팔꿈치를 툭 쳐주는 정도로만 개입한다. 아이가 손을 들고 '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까지 단계를 반복한다. 다음으로는 신체적 촉구를 줄이고 언어적 촉구만으로 아이가 호명반응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아이의 이름이 불리면 '네!'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가 따라서 말한다. 또는 일반화가 가능한 아이라면 수업교사가 이름을 불렀을 때 옆에서 한 번 더 이름을 불러주는 것 만으로도 청각적 주의를 끌어 대답하기 반응을 성공할 수 있기도 하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위의 단계를 묶거나 더 세분화서 지도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유아학교로 거듭나거나, 퇴로 열거나...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미래 보여달라" - 베이비뉴스
- "교육청에 돈이 없다... 유보통합 어찌 하나" - 베이비뉴스
- 11월 1일부터 어린이집·유치원 신청 '유보통합포털' 한 곳에서 - 베이비뉴스
- 건강검진 받기 전 보험을 꼭 점검해야 하는 이유는? - 베이비뉴스
- 백승아 의원 "유치원 '나이스' 오류... 개통 후 콜센터 불편접수 25만 건" - 베이비뉴스
- 강경숙 국회의원 "‘채식주의자’ 폐기한 임태희 교육감, ‘고교 무상교육 예산 지원’ 포기한
-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밥 잘 안 먹는 7살 아이를 위한 식사 환경 바꾸는 4가지 방법 - 베이비
- 노래하러 헬스장에 갑니다 - 베이비뉴스
-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내가 1등 할 거야" 무조건 이기려고 하는 아이 - 베이비뉴스
-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밥 먹을 때 가만히 있지 못하는 17개월 아이 - 베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