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도 늘었는데…"은행 혁신 없다" 지적받은 이유는

노명현 2024. 11. 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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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위원장 "은행 혁신 부족" 지적
비이자이익 증가율 크지만 혁신 성과는 아냐
금융규제·보수적 업계 탓에 혁신 쉽지 않아

금융지주들이 은행 실적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자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주들이 부담한 이자이익이 성장의 원인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손쉬운 이자장사'라는 지적에 이어 '혁신 부족'이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은행권에선 전년보다 비이자이익이 증가했지만 혁신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고 자평한다. 그러면서도 금융 규제와 보수적인 분위기 등으로 인해 혁신을 시도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비이자이익 늘었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3조7767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8.1% 증가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 판매 논란 중심이었던 KB국민은행은 3.6% 감소한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7.5%, 75.4% 급증했다. 하나은행도 7.5% 증가한 727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이자 및 비이자이익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1.6% 증가한 31조4419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이자이익 증가와 관련해 은행들은 방카슈랑스와 펀드 수수료 등이 늘었고, 금리 하락으로 매매이익과 평가이익 등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규모로만 보면 이자이익 비중이 훨씬 큰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이 전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은행 이자이익 뿐 아니라 비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비은행 계열사 실적 성장 등도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비이자이익 증대 요인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보다는 환율과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수익률 증가 등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혁신 성과로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영업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채권 평가이익 등도 비이자이익으로 반영돼 증가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에서 말한 이자이익 외 혁신을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자장사에 혁신 부족' 개선 어렵나

국내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와 '혁신 부족'이란 비판은 금융지주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할 때 대응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높였고,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여전히 대출금리는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분기에는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모두 하락했지만 대출자산 증대 등에 힘입어 이를 보완했다. 대출수요 급증 원인이 당국의 정책 실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은행 이자이익 증대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혁신에 대한 지적도 다르지 않다. 비이자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이자이익과의 차이는 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제조업과 비교해 은행의 호실적이 환영받지 못하는 증거로 혁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제조업은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하고 그 결과로 이익이 남는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은행은 혁신을 통한 이익인지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선 혁신을 시도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을 토로한다. 이자이익 비중이 워낙 커 이에 대한 비판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위한 혁신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혁신을 위해선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 들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해 결과를 내야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쉽지 않다"며 "금융업 외 새로운 분야에선 자본력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 단행한다고 신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은행이 원하는 투자일임업 등 규제를 열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은행의 건전성이나 경쟁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규제들은 원점에서 테이블에 올려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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